"택배 파업 더 못참아"…피켓 든 비노조 기사들

입력 2022-01-23 18:13   수정 2022-02-04 16:22


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비(非)노조원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100명 가까운 전국의 비노조 택배기사와 택배대리점주들은 23일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명분 없는 파업으로 비노조 기사 죽어간다’는 피켓을 들고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구호를 외쳤다.
파업으로 택배 물량 급감
집회를 주도한 비노조택배기사연합 측은 “노조의 무분별한 파업으로 비노조 기사 및 고객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고객사 이탈로 집하·배송 물량이 감소해 기사들의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으며 파업지역으로 물건을 보내지 못해 고객사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여한 수원의 한 대리점 소속 비노조원 택배기사 이모씨(38)는 “노조 파업으로 집하 물량이 지난달 3만7754개에서 이달 7833개로 79.2%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처의 절반 가까이가 거래를 끊어 대리점 매출과 비노조원 수입에 타격이 극심하다”며 “한번 이탈한 거래처가 다시 돌아오긴 쉽지 않을 뿐더러 파업이 계속된다면 업체에 미안해서라도 다시 계약하자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에서 온 비노조원 곽모씨는 “물건 배송을 받지 못한 고객 민원 전화가 오면 노조원들이 비노조원 번호로 연결해 비노조원이 욕을 듣고 있다”며 “노조원이 터미널에서 아침마다 마이크로 소음을 유발하고, 비노조원이 아예 일을 못 하게 막아버려 터미널에 택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했다.

김슬기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는 “전체의 10%도 안 되는 노조원이 마치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들은 결코 전체 택배기사의 의견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며 “택배노조에 받은 것은 없고 오히려 너무 많은 피해만 봤다”고 하소연했다.
“근로자 지위 철회해 달라”
택배노조 파업이 길어지면서 대리점주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김포에서 택배대리점을 하는 박모씨는 “거래처가 이탈하면 점장뿐 아니라 해당 업체 택배 물량의 집하를 담당하는 기사들까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사비를 써가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파업으로 인해 거래처와 계약한 물량을 배송할 수 없어 매일 10만원씩 써가며 하루 100개가 넘는 물량을 다른 회사 택배로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노조택배기사연합은 정부가 택배기사에게 근로자 지위를 부여한 것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노조 설립으로 개인사업자 성격을 지닌 택배기사가 근로자 지위를 취득하게 되면서 사업자도, 근로자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래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적 특성으로 인해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조를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2017년 정부가 택배노조에 노조필증을 발급하면서 노조 설립이 허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파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택배노조의 파업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CJ택배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27일째 총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더해 울산지역에선 롯데·한진·로젠·우체국 택배노조가 지난 19일 연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설 연휴를 앞두고 배송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는 18일 노조원 2000여 명이 상경 투쟁을 하는 등 파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강호/이광식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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