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뛸수록 '현금 PER' 하락…성장株 타격받는 이유 있었네

입력 2022-01-24 18:02   수정 2022-01-25 01:24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성장주가 조정받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가 올해만 13% 넘게 떨어지는 등 미국 중소형 성장주는 지난 2년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인터넷, 바이오, 2차전지 업종에 있는 국내 대표 성장주도 연초 이후 20~30%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은 성장주에 ‘독약’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먼 미래의 기대를 반영하는 성장주는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현금의 가치도 같이 파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금도 PER이 있다
현금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계산하면 금리에 따라 머니무브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한 회사의 주식이 1년에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보여준다. 예컨대 주가가 1000원, 주당순이익이 100원이면 PER은 10배가 된다.

주당순이익이 적은 성장주는 PER이 높은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00원인데 주당순이익이 10원이면 PER은 100배가 된다. 같은 방식으로 현금도 PER을 계산할 수 있다. 만약 1만원으로 연 2%의 이자(200원)를 받으면, 현금의 PER은 50배(1만원/200원)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주로 투자금이 쏠린 것은 현금의 PER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현금의 PER이 높아졌다는 뜻은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전 연 1.25%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0.50%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80배였던 현금 PER도 200배(1만원/50원)까지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PER 200배인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50~100배인 성장주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작년 상반기까지 성장주가 질주한 배경이다.
PER 200배→50배
작년 말부터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현금의 PER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세 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연 1.25%까지 높아졌다. 200배였던 현금 PER이 반년 만에 80배까지 떨어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를 연 1.7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올해 기준금리를 서너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연 0.25%인 미국 기준금리는 연 1% 수준까지 올라간다. 400배인 현금 PER이 100배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현금 PER이 50배까지 내려간다고 본다면 성장주의 투자 가치는 대폭 떨어진다. PER이 같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없는 자산을 택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성장주의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성장주 PER은 얼마?
현금과의 단순 비교로 성장주의 투자 가치가 사라졌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부 종목은 빠르게 이익을 올리면서 PER을 낮추기도 한다. 100배가 넘던 PER을 2년 만에 30배 수준으로 낮춘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성장주와 현금의 PER을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고(高)PER 종목인 카카오페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한다면 두 종목의 전망이 PER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두 종목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475배, 103배다.

전문가들은 현금 부자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금 가치가 높아지면 현금을 꾸준히 벌거나 많은 종목의 기업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머니무브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해 3배까지 올랐던 아크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 누적 수익률은 42%로 떨어졌다. 아크인베스트는 고PER 종목에 투자하는 대표 펀드다. 반면 가치투자 대표주자인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 주가는 35%까지 상승하며 차이를 7%포인트로 좁혔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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