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이나우디 '언더워터', 자연을 닮은 피아노 연주…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입력 2022-01-25 17:00   수정 2022-01-26 01:03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반복된다. 되풀이될 때마다 음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박자가 바뀌고 건반에서 손을 떼는 시간이 다르다. 작은 변화가 묘하게 편안함을 불러일으킨다. 듣다 보면 자궁 속 태아로 되돌아간 것 같다. 이탈리아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66·사진)가 지난 21일 선보인 새 음반 ‘언더워터(Underwater)’ 이야기다.

언더워터는 에이나우디가 ‘이 지오르니(I Giorini)’(2001년) 이후 20여 년 만에 선보인 피아노 음반이다. ‘루미너스(Luminous)’ ‘자연의 빛(Natural light)’ 등 약 4분 길이의 피아노 독주 12곡이 담겼다. 모든 곡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빚어낸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이번 음반을 두고 “피아노를 위한 음반이다. 몇 초 안 돼 평화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며 “에우나우디가 피아노가 지닌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켰다”고 호평했다.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담은 음반이라는 평이다. 선율은 간결하고 변주는 거의 없다. 반복과 여백을 적절히 조율해 지루하지 않게 전개된다. 허 평론가는 “음악 곳곳에서 듣는 이들이 쉴 수 있도록 조성된 여백이 눈에 띈다”며 “현대음악이지만 어렵지 않게 들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을 수 있는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나우디의 음악은 통상의 현대음악 작품과 달리 친숙하게 다가온다. 가지치기를 하듯 불필요한 선율을 잘라냈고, 독창성을 보존하면서도 전위적이지 않은 선율을 선보여 왔다. 송주호 음악평론가는 “에이나우디는 미니멀리즘의 적통을 이으면서도 불협화음으로 점철되는 모더니즘을 뒤엎었다”며 “현대 낭만주의시대를 상징한다고 봐도 손색없는 작곡가”라고 했다.

에이나우디는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2019년 ‘세븐 데이즈 워킹’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년 전에 한 달 동안 알프스산맥을 걸으며 나비, 안개, 바람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80여 곡을 썼다. 2016년에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손잡고 노르웨이 빙하지대에서 ‘북극을 위한 애가’를 연주하기도 했다.

그의 음악은 영화와 광고 등에 자주 사용되며 세계에 알려졌다. 프랑스 영화 ‘언터쳐블:1%의 우정’에서 에이나우디의 ‘우나 마티나(Una Mattina)’가 인기를 끌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3관왕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에는 그의 작품이 두 곡이나 삽입곡으로 쓰였다. 국내에선 LG전자의 ‘시그니처’ 광고 음악으로 ‘프리마베라(Primavera·봄)’가 쓰였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10대들에게도 그의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올리는 ‘틱톡’에서 그가 쓴 ‘경험(Experience)’이 130억 회나 재생됐다. 세계 음원플랫폼 ‘디저’에서는 2020년 가장 많이 재생된 클래식 음악가로 에이나우디를 선정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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