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원의장 "오늘은 수치스러운 날" 나치 희생자 추모

입력 2022-01-28 03:01   수정 2022-02-26 00:01


나치 대학살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독일의 한 하원의장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1945년 1월 27일은 구소련군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생존자들을 구출한 날이다.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는 100만명이 넘는 이들이 나치에 살해된 바 있다. 독일 연방하원은 1997년부터 이날, 나치 대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기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나치 대학살 희생자 추모의날을 맞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인 잉에 아우어바허(87) 씨는 이날 연방의회에서 "잊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오늘날의 반유대주의를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우어바허씨는 7살이었던 1942년 부모와 함께 테레진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가 구출됐다. 이후 아우어바허씨의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 갔지만, 강제수용소에서의 생활로 결핵에 걸리면서 평생 트라우마와 병에 시달렸다고 그는 증언했다.

그는 "테레진 수용소에서의 삶은 어린아이에게 있어서는 더욱 힘들었다"면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가스실이냐, 굶어 죽느냐, 스스로 목숨을 끊느냐, 다른 병에 걸려서 죽느냐 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치 대학살 당시 희생당한 150만명의 어린이들을 기리면서, "나의 진정한 바람은 전 인류의 화해"라면서 "살해된 이들을 위한 초를 켜고,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초를 켜달라. 과거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함께 새로운 내일을 바라보자"라고 말했다.

배르벨 바스 독일 하원의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늘은 이전 세대가 한 일에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것을 믿는다는 이유로, 나치에 의해 가치가 없다고 평가됐다는 이유로 추적당하고, 강도당하고, 굴욕감을 느끼고, 고통받고 살해당한 수백만명의 유대인과 슬라브민족, 집시족을 기린다"고 추모했다.

베를린을 방문중인 미키 레비 이스라엘 국회의장은 이날 연방하원에서 한 연설에서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기억은 모든 세대의 책임"이라며 "유대인 말살 계획을 논한 반제회의가 개최된 지 80년이 지났지만,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데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레비 의장은 마지막으로 살해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했다. 그는 연설 도중 눈물이 나 얼굴을 손으로 가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마쳤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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