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데, 하다 하다…" 막막한 동네 식당들

입력 2022-02-06 07:13   수정 2022-02-06 16:32


“인건비나 식재료 값이 너무 올랐어요.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는 버틸 재간이 없어요. 마침 설 연휴도 지나면서 가격을 올릴까 하는데…주 고객층이 서민이 많아 인상 폭을 어느 정도로 잡아야할지 고민되네요.” (서울 은평구에서 쌈밥집을 운영하는 박 모 사장)

연초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가운데 설 연휴를 지나면서 동네 식당들도 본격적인 인상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물가 상승세가 계속된 탓이다. 고기, 채소 등 신선식품은 물론이거니와 밀가루, 고추장, 식용유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일제히 오르면서 원재료비 부담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인원 제한에 따른 타격도 만만치 않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월 대비 3.6%로 집계됐다. 3.6%의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치 2%를 두 배 가까이 초과하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부터 11월(3.8%), 12월(3.7%) 등 넉 달 연속 3%대를 나타냈다. 3%대 물가 상승률이 몇 달간 이어진 것은 2012년 2월 이후 10년 만이다.

다음달 초 발표되는 2월 물가 상승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개인서비스·가공식품 가격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4%대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서면 전 국민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물가 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공식품 업체들은 줄줄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장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앞서 샘표식품도 간장 17종의 출고가격을 8% 인상한 바 있다. 대상도 오는 7일부터 장류 가격을 평균 11.3% 올린다. 원료비와 각종 제반 비용상승이 제품가 인상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즉석밥, 식용유, 우유 등 대부분의 품목들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가격 급등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운용, 식품분야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제시하면서 식품업계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른 형국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외식업체의 가격 인상 압박이 거셀 수 밖에 없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앞다퉈 가격을 올렸다.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주요 메뉴 가격을 평균 8.1% 인상했다.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인 허니콤보는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라 치킨 한 마리에 2만원 시대를 열었다. 업계 2위 bhc치킨도 주요 메뉴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렸다.


동네 외식업체나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가격 인상을 더 미룰 재간이 없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 고양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이달 각 메뉴당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면서 “현재 가격으로는 순이익이 10%도 채 남지 않는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데 물가가 워낙 뛰어 장사해도 남는 건 없고 죽을 맛이다”고 푸념했다.

자영업자 93만명이 가입한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설 명절 이후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자영업자의 글들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서울 구로구의 고깃집 자영업자 변모 씨도 “안그래도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면서 어지간한 단골 손님들이 다 떨어져 나갔는데 가격 인상을 안할 수가 없게 됐다”며 “마진율을 줄이자니 인건비·임대료 같은 고정비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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