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일상이 된 역사·문화전쟁

입력 2022-02-06 17:08   수정 2022-02-07 01:13

요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두고 한·일 간 새로운 역사전쟁의 무대로 떠오른 니가타현 사도섬은 원래 악명 높은 유배지였다. 국내에선 ‘남묘호렌게쿄’로 알려진 창가학회(SGI)의 교조인 13세기 일본 고승 니치렌(日蓮)도 이 섬에서 3년이나 유배 생활을 했다. 막부 타도에 앞장섰던 준토쿠 천황이 유배돼 사망한 것도 이 섬에서였다. 이 때문에 유배 문화와 관련된 사찰과 탑, 신사 등 유적과 유물이 섬 안에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사도섬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601년 금맥이 발견되면서였다. 금광맥이 동서 3000m, 남북 600m에 이르는 사도광산에서는 첫 발견 이후 30여 년간의 전성기에 해마다 금 440㎏, 은 40t가량을 채굴했고, 에도시대 내내 막부의 중요한 재정원이 됐다. 채산성이 떨어져 1989년 폐광할 때까지 총 생산량이 금 78t, 은 2300t에 달했다고 한다.
일본의 몰염치한 역사 지우기
광산 부지에 남아 있는 갱도와 채굴 시설, 선광 및 제련 시설 등은 근대 산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에도시대부터 약 400년에 걸친 금광 개발·운영과 생산 시스템의 변천 과정이 잘 보존돼 있다는 것이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이야기가 여기까지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쓰비시에 광산을 매각했고, 태평양 전쟁 때는 구리, 철 등의 전쟁물자 공급원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로 끌려가 노역에 동원됐다. ‘사도광산에서 일한 조선인 1141명에게 미지급된 임금 23만1059엔59전이 공탁됐다’는 1949년 니가타지방법무국 공문서는 그 이상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됐음을 확인해준다.

그런데도 일본은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는 싹 가린 채 세계유산 등재를 꾀하고 있다.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7년)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는 제외했다. 일본은 이 지역을 ‘사도광산’이라고 하지 않고 ‘사도킨잔(金山)’이라고 부르면서 총 400㎞에 이르는 갱도 가운데 약 300m를 관광 코스로 공개하고 있다. 에도시대 금광을 볼 수 있는 코스와 근대산업 기술이 적용된 메이지시대 금광을 볼 수 있는 코스로 나뉘어 있고, 전쟁과 강제노역의 흔적은 지워버렸다.
제2의 군함도는 안 된다
일본 정부의 몰양심과 몰염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역시 강제노역의 현장인 군함도(軍艦島)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면서 조선인 등의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하고 기리기로 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를 감추고 왜곡하기 바쁘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극우 세력은 ‘역사 전쟁’을 공언하고 있다.

주변국과의 역사·문화 갈등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일본의 적반하장식 도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독도 영유권 주장부터 조선인 위안부 및 노동자 강제 징용, 수출 규제 등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전선을 키우고 있다. 중국 또한 동북공정을 넘어 음식, 문화까지 자기네 거라고 우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을 ‘한푸(漢服)’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안타깝다”(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는 식의 미온적 대응은 안될 말이다. ‘사도광산 민관합동 TF’가 지난 4일 첫 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을 천명했다. 일상이 된 주변국들과의 역사·문화 갈등에서 지지 않으려면 모두가 눈 부릅뜨고 힘을 보태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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