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우주를 들려주는 파이프 오르간…오케스트라 화음 곁들여 들어볼까

입력 2022-02-07 17:37   수정 2022-02-08 00:11


모차르트는 파이프오르간을 ‘악기의 제왕’이라고 예찬했다. 미세한 소리부터 웅장한 화음까지 음색의 범위가 넓어서였다. 다른 악기로는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장대한 선율은 ‘신의 소리’로 여겨졌다. 요즘엔 ‘우주의 소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우주엔 소리가 있다. 누군가 태양의 자기장이 오르간 소리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광대한 우주를 오르간으로 표현했다.

천상의 신비를 품은 오르간이 등장하는 곡 중에서 걸작으로 꼽히는 것은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교향곡 3번(오르간)’이다. 생상스의 재능이 절정에 달했던 50대에 쓴 작품이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오르간에 능한 생상스의 최고 걸작”이라며 “오르간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져 장대한 화음을 선사하는 피날레는 환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생상스의 명곡을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재현한다. 10~1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자크 메르시에의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이다. 1982년부터 30년 넘게 일 드 프랑스 국립관현악단의 예술감독으로 활약한 자크 메르시에(78)가 객원지휘자로서 악단을 이끈다. 2002년부터 16년 동안 프랑스 로렌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그는 프랑스 최고의 문화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받았다.

국내 최고 오르가니스트로 꼽히는 신동일 연세대 교수가 협연한다. 신 교수는 프랑스 리옹국립고등음악원을 거쳐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오르간을 배웠다. 유학 시절 그는 생상스가 생전 오르간 주자로 활약했던 파리 마들렌 대성당의 오르간도 연주한 적이 있다. 그는 “마들렌 성당을 포함해 프랑스 파리에 있는 대성당들의 오르간을 연주하며 그의 악보를 공부했다”며 “악보는 똑같아도 오르간마다 소리가 다르다. 생상스가 다뤘던 오르간을 연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의도를 생생히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피날레로 향하는 흐름이 눈길을 끈다. 서울시향은 생상스의 곡을 공연 마지막에 배치했다. 1부 첫 곡으로는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의 ‘네 개의 바다 간주곡’을 들려준다. ‘새벽’ ‘일요일 아침’ ‘달빛’ ‘폭풍’ 등 네 곡으로 이뤄진 작품으로, 고요한 바다의 풍경을 묘사하다가 태풍이 몰아치듯 격동적인 화음으로 끝을 맺는다. 바다의 정경을 기승전결에 맞춰 풀어낸 것이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으로 격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독일의 클래식 전문지 ‘오푸스 클라시크’가 지난해 ‘올해의 연주자’로 선정한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가 공연을 이끈다. 첼로의 카덴차(즉흥연주)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의 3악장을 아예 첼로 독주를 위한 악장으로 구성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균형이 중요한 곡으로 열정과 섬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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