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문제" "경찰 소관"…정부 방관에 피멍드는 CJ대한통운

입력 2022-02-14 17:18   수정 2022-02-15 10:1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CJ대한통운 본사를 무단 점거하고 농성한 지 14일로 닷새째가 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기물 파손·폭력이 벌어져도 “노사 문제”라며 해산은커녕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할 부처인 고용노동부 역시 “경찰이 단속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두 기관이 손을 놓은 새 CJ대한통운은 출혈이 커져 경영 사정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담배 피우고 망치로 위협까지
택배노조원 150여 명은 이날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집단 농성을 이어갔다. 지난 10일 본사 1층 로비와 3층 사무실을 기습 점거한 지 닷새째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택배요금 인상분 3000억원을 사측이 과도하게 차지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택배노조는 사측이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오는 21일부터 택배사 전체로 파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점거 농성이 벌어진 닷새 동안 노조원들은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마스크를 벗은 채 윷놀이를 벌였다.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거나 망치로 직원들을 폭행·위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 중구청에 14일 신고했다.
◆사람 때렸는데 닷새째 내사만
경찰은 병력 60여 명을 투입하고도 집회 해산이나 현행범 체포를 하지 않고 있다. 무단 점거 행위에 대해서도 닷새째 ‘입건 전 조사(내사)’만 벌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이 10일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노조를 고소한 데 대해서만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부가 불법 여부를 판단해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택배노조 점거는 노사 간의 문제이고 대화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강제해산 가능성을 배제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부의 적법성 판단 여부를 떠나 폭력시위가 정당한 노동쟁의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 과정에서 폭력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지금까지 택배노조 점거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만으로도 현행범 체포와 강제해산 조치가 가능하다”고 봤다.

법조계에선 고용부도 경찰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업은 택배사가 대리점과 집하·배송 계약을 맺고, 대리점이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는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대리점이다. 하지만 고용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택배노조와 교섭하라”고 판정했다.

이를 근거로 택배노조가 본사인 CJ대한통운에 직접 협상을 요구하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택배노조 점거는 형법상 구성요건이 분명해 경찰이 판단해 단속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CJ대한통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증권은 14일 CJ대한통운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목표주가는 19만원에서 1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영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췄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택배노조 파업 장기화로 물량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이탈 고객을 불러오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길성/곽용희/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