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리스트부터 BTS 자전거까지 점령…日 시마노의 질주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

입력 2022-02-15 10:01   수정 2022-02-15 15:1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 주 하나의 일본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 다룰 종목은 '자전거계 인텔'로 불리는 자전거 부품·낚시도구 제조사 시마노(종목번호 7309)입니다.


도로와 산악자전거(MTB) 분야에서 작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딴 두 명의 선수들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본 시마노의 자전거부품을 달고 달렸다는 점이다.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부터 숲 속을 달리는 자전거까지 전세계 80%의 자전거에는 시마노 부품이 들어간다. 과거 웬만한 컴퓨터에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가 들어갔듯 대부분 자전거엔 시마노의 부품이 들어간다 해서 '자전거계 인텔'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마노는 독보적인 시장점유율로 지난해 사상최대 이익을 올렸다. 주가도 이에 반응해 코로나 저점 이후 2배 상승했다. 코로나 수혜가 끝난 이후의 수익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최근 주가는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로 다시 주가는 반등했다.
코로나 수혜 끝날 줄 알았는데
보란듯이 '어닝서프라이즈'
14일 동경증권거래소에서 시마노는 2만9150엔에 장을 마쳤다. 코로나 저점(1만2930엔) 이후로 2배 넘게 올랐다. 자전거는 코로나 확산을 피할 수 있는 레저활동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9월까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었다.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낚시도구 판매 역시 코로나 수혜를 받았다. 다만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로도 지금과 같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속에 주가는 3만5550엔(지난해 9월)을 고점으로 최근 소강상태를 보였었다.

그런 시마노의 주가가 지난 9일 17% 상승하면서 다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때문이었다. 지난 8일 시마노는 지난해 영업이익 1483억엔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고급 자전거용 변속기의 가격을 5% 높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마노 자전거부품의 전세계 점유율은 80%를 상회한다. 원자재값이 상승하는 가운데 시장은 원가 상승을 판가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저력있는 종목을 찾고 있다. 호실적에 더해 판가 인상까지 내건 시마노가 돋보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자전거계 인텔' 시마노
메달리스트부터 BTS 자전거까지 점령
1921년 창업한 시마노는 1972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위탁생산(OEM) 업체였다. 그러던 시마노는 앞으로는 고급 자전거가 인기를 끌 것이란 생각에 브랜딩을 시작한다. 1973년 '듀라에이스(Dura-ace)'라는 이름을 붙인 컴포넌트 방식의 부품이 그 시초다. 그 전까지 자전거는 변속기와 체인 등 각 부품을 각각 다른회사에서 나온 것을 조립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시마노가 아무리 좋은 변속기를 만들어도 좋지 않은 체인을 쓰면 최상의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시마노는 변속기와 체인 등 부품을 한꺼번에 묶어 파는 컴포넌트 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방식을 통하면 자전거 부품의 상당부분을 시마노가 독점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이후에도 이용자의 시선에서 제품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변속기의 혁신이다. 지금 자전거의 기어를 바꾸면 손가락 끝에 '틱'하는 감각이 느껴질 것이다. 이 감각을 1984년에 처음 도입한 게 시마노였다. 그 전까지 자전거 변속은 감에 의존했다. 적당히 따뜻한 물이 나오게끔 수도꼭지를 감으로 돌리는 것과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레이스 막바지에 선수들이 지치면 변속을 잘못하는 실수가 왕왕 발생했다. 시마노는 손끝의 감각을 추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1990년엔 변속기를 손잡이 근처에 놓는 발상의 전환도 이뤄냈다. 과거 변속기 레버는 주로 자전거 바퀴 위 프레임에 달려있었다. 달리는 와중에 기어를 바꾸기가 쉽지 않았던 이유다. 시마노는 브레이크 손잡이를 좌우로 꺾음으로써 기어를 변경할 수 있도록 부품을 개발했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끝에 시마노는 대체불가능한 부품사가 됐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부터 방탄소년단 랩몬스터와 진의 자전거까지 전세계 80% 넘는 자전거엔 시마노 부품이 달려있다. 이런 혁신의 노하우를 낚시도구에도 이식했다. 1970년에 시마노는 같은 레저활동인 낚시사업에도 진출했는데, 구동기어를 낚시 릴에 응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낚시팬들을 사로잡았다. 전세계 점유율은 그리 크지 않지만 낚시도구는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분야로 성장했다. 개그맨 이경규가 낚시 예능에서 쓰는 일부 낚시대 역시 시마노의 것이다.
올해도 사상최대실적 경신할 듯
시장에선 시마노의 미래 실적도 낙관한다. 실적 낙관의 근거는 한창 개발을 거듭 중인 전동어시스트다. 전동어시스트는 자전거에 부착하는 모터로, 페달을 약하게만 밟아도 모터가 힘을 보태준다. 이 모터를 달면 노약자도 편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고, 언덕이 많은 지형의 국가에서도 쉽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이 부품의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엔 판매물량 자체가 많았다면 올해는 고급부품을 중심으로 실적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낚시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낚시도구 매출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시마노는 올해 실적 역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본다. 시마노가 제시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5800억엔, 영업이익은 8.6% 증가한 1610억엔이다. 모리 타카히로 미즈호증권 시니어애널리스트는 "코로나로 인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 시장에선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 것이라고 봤었다"면서 "보수적인 시마노가 올해 영업이익 증가를 내세울 정도니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도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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