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맥주회사는 왜 맥주 마시지 말라 했을까 [명욱의 호모 마시자쿠스]

입력 2022-02-17 16:43   수정 2022-02-24 16: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를 보면 떠오르는 맥주가 있다. 챔피언스 리그 주제가인 ‘Ligue Des Champions’가 나온 이후에 등장하는, 네덜란드의 대표 맥주 하이네켄이다. 하이네켄은 맥주에 녹색병을 도입한 회사다. 당시 맥주병 색은 대부분 갈색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은 하이네켄의 녹색병 맥주를 차별화된 고급 맥주로 인식했다. 의도한 전략은 아니었다. 하이네켄은 1933년 금주법이 풀린 미국 시장에 대량으로 수출하게 됐다. 하지만 일반 갈색 맥주병이 부족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녹색병을 대체품으로 썼는데 대히트를 쳤다. 이후 녹색병은 하이네켄의 상징이 됐다. 하이네켄의 기업 슬로건도 ‘ever green’이다. 환경을 중시하는 지금 시대에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슬로건이다.

하이네켄은 독특한 마케팅으로도 유명하다. 2020년 12월 뉴질랜드에서 진행한 마케팅은 세계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포스터에 ‘Don’t drink this(맥주를 마시지 말라)’라고 큼지막하게 썼다. 언뜻 보면 하이네켄을 마시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으나 반전이 있다. 작은 글씨로 ‘When you drive(운전할 때)’란 문구를 넣었다. ‘운전할 때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이었다.

하이네켄은 왜 이런 공익적인 광고를 했을까.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에 정답이 있다. 기존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주로 제품을 구매하고 옹호(advocate)했다. 그것이 재구매로 이어졌고, 기업은 이를 충성도(loyalty)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제품 매출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하이네켄의 광고는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통해 맥주 음용에 반대하는 소비층과도 소통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개념있는 기업’이란 인식 확산이 이 광고의 목적이었다.

하이네켄 광고는 젠더 이슈도 다뤘다. 2020년 초 나온 하이네켄의 ‘Cheers to all’이란 광고에서다. 기존 주류 시장에선 칵테일은 주로 여성이, 거친 맥주는 남성이 즐긴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 광고에선 남성이 칵테일을 즐기고, 여성이 병째로 맥주를 마신다. 술을 마실 때 남녀를 구분 짓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이 광고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발 더 들어가보면 철저하게 계산된 마케팅 기법이 숨어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폭음이나 과음은 지양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서 주류 회사의 마케팅 타깃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광고는 여성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광고에선 동양인 여성이 부각되는데 이는 아시아 시장 확대를 노렸다. 공익적 메시지와 마케팅적 기법을 기가 막히게 담은 광고라고 볼 수 있다.

하이네켄은 공익적 메시지를 통해 맥주를 소비하지 않는 안티 소비층조차 팬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녹색병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공익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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