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배력은 기업이 투입한 비용 이상으로 가격을 높이고, 투자와 위험, 혁신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에서는 기업들은 위험이나 기타 비용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적절히 보상하며 자본이익률 정도의 이윤밖에 벌지 못한다. 성공적인 기업들이 항상 경쟁이 적은 시장을 찾는 이유다.기업들의 쫓고 쫓기는 게임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즉, 독점권력은 혁신과 성장을 부추기지만, 이렇게 획득한 지배력은 일시적이며 경쟁자들이 자신과 비슷해지거나 보다 우월해지면 독점력은 소멸한다. 하지만 슘페터의 주장과 달리 현실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언제나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더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한 목표로 혁신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여기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오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등장했다. 소수의 기업이 하이에크가 주장한 유익한 경쟁 없이도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유와 철도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합병 등을 통해 경쟁자들이 감히 시도할 수 없을 정도로 진입비용을 높여 전체 생산망을 통제했다. 오웰은 기업들이 시장 안에서 경쟁을 벌이기보다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지배 기업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일단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나면 승자는 더 이상 그 시장 안에서 경쟁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장박동 조율기의 89%는 세 개의 기업이 생산하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기 분유의 69%는 두 개의 기업이 생산한다. 유니레버와 크래프트는 미국 마요네즈 판매량의 87%를 차지하며, 죽기 전에 관을 고르려 한다면 시장의 82%를 점유하는 두 개의 관 제조업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기업의 집중화는 시장지배력의 척도지만, 해자의 구축 형태가 정교해지는 오늘날 집중화가 시장지배력을 판단하는 전부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날의 집중화는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기준이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으로 경쟁의 형태는 계속해서 변모할 것이다. 이 변화의 과정이 성장으로 연결되기 위해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조지 오웰의 지적을 다시금 떠올려봐야 할 시점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