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대선판은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들어섰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부의 무게추가 야권으로 기울어질 수 있었으나 현재 4자 구도가 그대로 유지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박빙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윤 후보는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안 후보가 제안한 13일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한 게 전부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이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만 간접적으로 전했다. 두 후보는 16일 저녁 손평오 국민의당 금천·논산·계룡 지역위원장 빈소에서 20여분간 독대했으나 이때도 단일화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기지사 공천’ ‘대권 로드맵 제안’ 등 단일화 이후 안 후보의 거취에 대한 루머만 무성했고 실무 협상은 없었다는 게 안 후보 측 설명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측에서 책임 있는 사람이 오간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신나리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안 후보가 유세 버스 사고로 사망한 선거운동원의 유지를 받들어 완주 의지를 내비친 데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냐”고 말했다. 신 부대변인은 “이 대표의 망언은 국민의당의 더 나은 정권 교체를 위해 힘쓰신 분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유가족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천인공노할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도 단일화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말씀드린 경선에 대한 답이 없는데 또 어떤 제안을 하겠느냐”며 논의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경선 방식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후보가 단일화하면서 확실한 정권교체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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