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외광물 확보, 말보다 法 개정이 먼저

입력 2022-02-21 17:07   수정 2022-02-22 00:07

2018년 3월 국내 광물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정부가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갖고 있던 모든 해외 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확정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광물공사의 재무 구조가 악화했을지라도, 아무리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적폐로 규정하고 싶더라도 산업계 핵심 원료를 생산하는 주요 광산은 계속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 결국 광물공사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을 비롯해 총 4개의 해외 자산을 투자 원금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아치웠다.

전례 없는 ‘해외 자산 전량 매각’ 결정 이후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해외 주요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제야 기존 방침을 바꿨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지난 14일 열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던 공공기관 투자 해외 자산이라도 공급망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인 경우 매각의 적정성을 전체 국익 차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가 늦게나마 정책을 되돌린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해외 광물을 실제로 안정적으로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선 한국광해광업공단법(法)부터 개정해야 한다. 이 법은 지난해 9월 광물공사를 흡수통합해 새로 출범한 광해광업공단의 주요 역할과 기능을 규정한 법이다.

광해광업공단법 제8조는 ‘해외 투자사업의 처분’을 광해광업공단의 주요 사업으로 규정했다. 또 같은 법 부칙 제10조는 광물공사의 기존 해외 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등 해외 자산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규정을 담고 있다. 반면 지금은 폐지된 법률인 광물자원공사법(法)에 있던 ‘해외 광물자원 개발’이란 문구는 광해광업공단법에 담기지 않았다. 광해광업공단은 이 법률에 따라 기존 광물공사가 투자해온 모든 해외 자산 매각을 추진해 왔다.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광해광업공단의 해외 자산 매각은 철회되지 않고 유예될 뿐이다. 공기업은 임기가 3개월 남은 대통령의 지시보다는 법률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 다음 대통령은 어떻게 다시 공급망 정책을 짤지 모를 일이다.

이에 개정 광해광업공단법엔 ‘해외 투자사업의 처분’을 주요 사업에서 지우고 ‘해외 광물자원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다시 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분을 주요 사업으로 규정한 현행법 체제에선 광해광업공단이 해외 광산을 책임감 있게 경영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말로만 해외 자산 매각을 재검토하겠다고 하지 말고 법률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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