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포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올초 파인메딕스, 한국의약연구소가 상장 심사를 철회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합성신약 개발사 퓨쳐메디신이 상장을 미루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4개월여 만이다. 통상적으로 예비심사에는 영업일 기준 45일이 걸린다. 예정대로라면 올초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심사가 지연되자 연기를 택한 것이다.
바이오업계는 퓨쳐메디신의 상장 철회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코스닥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두 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받은 데다 HK이노엔에 기술 수출한 경험도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에는 노보믹스, 레몬헬스케어 등 12곳의 제약·바이오 회사가 심사에서 무더기로 고배를 마셨다. IB업계 관계자는 “신라젠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사업성과 기술 진행 정도, 기술이전 이력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올해부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기업은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 WCP다. 독자적인 고분자 필름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SDI 등에 분리막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 분리막 시장 점유율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 이어 2위다. 지난해 매출은 약 2000억원으로 2020년(1119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각전영업이익은 80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시 기업가치는 4조~5조원대로 예상된다. 주관사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로, 이르면 4월 중순 심사를 승인받고 5~6월 공모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성일하이텍도 증시 입성을 추진한다. 전기차 배터리와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 폐기물을 해체한 뒤 열처리, 분쇄, 침출 등의 과정을 거쳐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추출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1500억원, 영업이익은 170억원대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성일하이텍의 기업가치를 8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2차전지 원자재가 부족해지고 소재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몸값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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