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알에 96시간…풍미 살린 고급 초콜릿은 명품 대접 받죠"

입력 2022-02-24 17:05   수정 2022-02-25 16:31


96시간. 고급 수제 초콜릿 한 알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표면이 거무스름한 빛이 도는 갈색이라고 모두 같은 초콜릿이 아니다.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초콜릿 본연의 맛과 풍미를 살린 고급 수제 초콜릿은 세계 어디서든 ‘명품’ 대접을 받는다. 많은 이들이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쇼콜라티에’가 장인 정신을 쏟아 만든 초콜릿을 찾는다. 그 맛과 풍미를 느끼며 얻는 행복감은 시중에서 파는 흔한 초콜릿으론 결코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매스 35% 이상 돼야 고급 초콜릿
초콜릿은 카카오빈에서 나오는 카카오매스와 카카오버터, 설탕을 적절한 비율로 배합해 만든다. 카카오빈은 산지에 따른 개성이 뚜렷한 작물이다. 같은 카카오빈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맛과 향의 초콜릿이 된다. 원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순수한 카카오가 액체 형태로 녹아 있는 것인 카카오매스 함량이 맛과 풍미, 식감을 크게 좌우한다.

초콜릿은 품질에 따라 고급 초콜릿, 준초콜릿, 이미테이션 초콜릿 등으로 나뉜다. 고급 초콜릿은 카카오매스가 35% 이상으로 설탕 함량보다 비슷하거나 높다. 지방 성분은 카카오버터로만 이뤄진다. 카카오의 맛과 본질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초콜릿이다.

카카오 함량이 20~30%이고 지방 함량에 카카오버터 외 대용유지를 포함한 경우는 준초콜릿으로 분류한다. 고급 초콜릿에 비해 첨가물이 많은 편이다. 고급 초콜릿에 비해 원재료 값이 싸고 대량생산 및 유통된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파는 초콜릿 대부분이 준초콜릿이다. 카카오 함량이 10% 미만인 이미테이션 초콜릿은 ‘무늬만 초콜릿’이다.
‘초콜릿의 왕’은 프랑스산
초콜릿 전문점이나 호텔 다이닝 등에서 판매하는 초콜릿은 대부분 쇼콜라티에가 만든 고급 수제 초콜릿이다. 24일 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SPC컬리너리아카데미’에선 고급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쇼콜라티에가 ‘커버처’라고 불리는 초콜릿 덩어리를 중탕해 녹인 뒤 대리석 위에 놓고 저으며 공기를 빼는 식의 ‘템퍼링’ 작업을 거쳤다. 이날 만든 초콜릿은 프랑스식 ‘초콜릿 봉봉’. 겉을 얇게 둘러싼 초콜릿에 촉촉한 가나슈를 집어 넣어 완성했다.


이곳에선 해마다 48명이 고급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교육을 받는다. 임정현 SPC 쇼콜라티에는 “많은 입문자가 초콜릿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품이 들어간다는 데 놀란다”며 “입안에 넣었을 때 부드럽게 녹도록 질감과 온도 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수제 초콜릿을 만들 때 들어가는 커버처 초콜릿을 어떤 것으로 쓰느냐는 쇼콜라티에의 무기나 마찬가지다. 이곳에선 프랑스에 있는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발로나’의 커버처 초콜릿을 사용한다. 발로나는 ‘초콜릿의 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임 쇼콜라티에는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쇼콜라티에들은 발로나 것을 사용한다”며 “일반 커버처 초콜릿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지만 품질이 뛰어나고 풍미가 좋다”고 했다.

쇼콜라티에 사이에선 이탈리아 최고급 초콜릿 브랜드 ‘아메데이’, 벨기에 왕실에서 인증받은 초콜릿 ‘갤러’ 등도 좋은 초콜릿으로 꼽힌다. 요즘은 초콜릿 원산지까지 꼼꼼히 따져 선물하는 이도 많다는 전언이다.


서울 한남동 ‘패션5’에선 프랑스 유명 쇼콜라티에인 패트릭 로저의 초콜릿을 들여와 판매 중이다. 마다가스카르산 카카오를 함유한 패트릭 로저 초콜릿 가격은 100g에 3만5000원. 패션5 관계자는 “세계적인 초콜릿 명장의 초콜릿을 맛보고 싶다는 수요가 많다”며 “매장 내 초콜릿도 프랑스산을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5만원짜리 토트백·구두 초콜릿
고급 수제 초콜릿을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내면 그 값은 더 치솟는다. 서울 송파구 소피텔앰배서더호텔 6층에 있는 ‘자뎅 디베르’에선 토트백, 구두, 곰인형 모양의 초콜릿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20g짜리 초콜릿 하나가 5만원에 팔린다.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 땐 이틀 만에 예상 물량이 완판됐다. 토트백 모양의 ‘삭 아망’은 프랑스산 오팔리스 화이트 초콜릿에 라즈베리 색을 입혀 새콤달콤한 맛을 극대화했다.


16년째 초콜릿을 만드는 김혜연 소피텔앰배서더호텔 쇼콜라티에는 “각 초콜릿에는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다”며 “초콜릿도 하나의 작품처럼 감상하고 음미하면 더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초콜릿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수제 초콜릿으로 느끼는 맛과 분위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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