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말실수로 30년 명예 잃었다

입력 2022-02-27 17:11   수정 2022-02-28 00:23


메이저대회 6승 포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5승(역대 8위). 통산 상금 9495만5060달러(약 1144억원) 역대 2위. 백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필드 위 신사’라는 수식어까지….

필 미컬슨(52·미국·사진)이 타이거 우즈(47·미국)라는 ‘전설’과 동시대에 살며 쌓아온 업적이다. 그는 우즈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라이벌로 불렸다. 지난해에는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만 50세11개월) 기록을 세우고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명예의 전당 멤버인 그는 우즈와 함께 ‘레전드’ 반열에 올라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미컬슨의 30여 년 골프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27일(한국시간) “미컬슨의 후원사인 세계 4대 회계법인 KPMG가 지난주 후원 계약을 종료한 데 이어 재무관리 회사 워크데이, 주류 회사 암스텔 등이 미컬슨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이 호스트로 참여하는 대회에서도 쫓겨났다. 미컬슨이 호스트를 맡아온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 조직위는 내년부터 미컬슨이 호스트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 대회에 자선 사업 부분을 담당하던 미컬슨 재단과의 계약도 즉각 중단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미컬슨의 계약은 원래 2024년까지였다. 여기에 2004년부터 미컬슨과 ‘한 몸’처럼 여겨지던 캘러웨이마저 후원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미컬슨이 이처럼 궁지에 몰린 이유는 PGA 투어에 반기를 들고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슈퍼골프리그를 두둔하면서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사우디 자본으로 열린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꾸준히 출전한 그는 슈퍼골프리그 창단에 우호적인 대표적인 선수로 지목됐다.

거대한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슈퍼골프리그는 최소 수백억원대 계약금을 약속하며 PGA 투어 선수를 유혹해왔다. 그러나 톱랭커들이 PGA 투어 잔류를 선택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PGA 투어는 “슈퍼골프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는 영구제명하겠다”고 경고하며 이탈 움직임에 쐐기를 박았다.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 더스틴 존슨(38·미국) 등 인기 스타도 결국 잔류를 선언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컬슨의 인터뷰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PGA 투어의 탐욕이 역겹다”며 “PGA 투어가 선수에게 돌아갈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PGA 투어가 선수의 미디어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게 그가 펼친 논리다.

벼랑 끝에 서 있던 그를 낭떠러지로 민 건 그의 전기 작가 앨런 시프넉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었다. 그는 인권 탄압이 심각한 사우디 정부를 “정말 무서운 ××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내가 그런 것을 신경 써야 하냐”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돈을 위해서라면 인권 문제 등은 자신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인터뷰였다.

미컬슨의 행동이 ‘명예’를 위해 뛰어온 우즈와 비교되면서 둘의 ‘명암’은 더욱 갈리고 있다. 앞서 우즈의 메이저 15승 중 13승을 합작한 스티브 윌리엄스는 “우즈는 내가 캐디를 했던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상금 분배표를 보지 않은 선수”라며 “우즈는 상금이 아니라 트로피를 획득하고 기록을 만들기 위해 경기했다. 돈이 아니라 가치를 위해 경기했다는 점은 진짜 존경스럽다”고 강조했다.

미컬슨은 “내 진심과 의도와 달리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경기에 나오지 않고 자중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ESPN은 “미켈슨의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적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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