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몰라 문 닫는 AI 스타트업 수두룩…개발자가 알아둘 '암초' 알려주고 싶었죠"

입력 2022-03-01 17:38   수정 2022-03-02 00:10

“인공지능(AI) 서비스는 문제가 생기면 과징금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어렵게 모은 데이터를 모두 폐기한 뒤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유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사진)는 행정규제와 개인정보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법조 경력 30년을 넘긴 그는 주로 인권, 차별금지 등 공공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최근엔 소속팀인 AI대응팀 동료들과 함께 무크 형태로 《50문 50답으로 풀어 쓴 궁금한 AI와 법》을 펴내면서 AI 전문 변호사란 별칭을 하나 더 갖게 됐다. 그는 “기업 담당자나 AI 개발자들이 마주할 ‘암초’를 미리 알려주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소개했다. 사업을 담당한 2년간 60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상담하며 쌓은 노하우를 사례와 함께 알기 쉽게 정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1996년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후엔 서울시 법무부 국민권익위원회 등 다수 부처와 공공기관 자문에 응해 왔다. 호주제 위헌 소송, ‘인혁당 재건위’ 재심 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서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AI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2020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광주광역시 산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시행한 ‘AI 규제 해소 컨설팅 지원사업’ 총괄책임자가 되면서다. AI는 낯선 도전이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과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이루다’ 사태를 거치면서 AI에도 업체의 존폐를 가를 법률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는 시대가 됐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가 바닥에 가까운 AI 개발자들의 법률지식. 컨설팅 지원 사업을 하며 만난 기업 열에 아홉이 그랬다.

헬스케어 분야가 대표적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외에도 의료법, 의료기기법 등 연관 법령을 모두 적용받기 때문에 업체들의 어려움이 상당했다. 현행 의료법은 AI가 ‘진단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 변호사는 “사람이 누우면 AI가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건강 상태를 점검해 주는 매트리스를 만든 업체가 있었는데, 이런 규정을 미리 확인하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AI 서비스를 앞둔 기업에는 ‘민감정보 수집·활용에 대한 별도 동의’와 ‘사용 데이터 용도·범위 등의 특정’을 특별히 강조한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따지는 필수 요소여서다. 저작권법에 관해선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이라도 ‘저작물 창작성’을 그대로 사용하면 저작권법 침해”라며 “AI로 고양이를 그리는 프로그램이 있을 때, 기존 고양이 사진을 변조 없이 띄워준다면 촬영자의 예술적 성격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개된 수학 문제들을 활용해 AI 기반 학습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는 사업을 포기한 사례까지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법률의 역할은 인간과 AI의 공존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AI 개발자라면 프로그램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을 잘 예측하고 법적 기준을 꼼꼼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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