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말의 의미는 문맥을 통해, 또는 발화의 맥락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하지만 일부 단어는 같은 형태로 여러 가지로 쓰이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형태만 같을 뿐 실제로는 다른 단어다. 그중 ‘대’는 의미와 기능별로 용법이 까다롭다. 의존명사, 자립명사, 접미사, 접두사 등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띄어쓰기도 달라진다. 말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야 쓰임새를 정확히 구사할 수 있다.
우리말 ‘대’는 적어도 다섯 가지를 알아둬야 한다. ‘大-臺-代-帶-對’가 그것이다. 비교적 쉬운 것부터 살펴보자. 大는 ‘큰 대’ 자다. ‘세계 7대 불가사의’ ‘한국 30대 기업’ 같은 데 쓰인 글자다. ‘일자리 3대 공약’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말이다.
‘대(臺)’의 쓰임새도 활발하다. 이는 ‘토대, 무대’를 뜻한다. 그래서 원래 ①받침이 되는 시설이나 이용물을 나타내는 데 쓰인다. ‘첨성대’에 이 臺를 쓴다. 여기서 의미가 확장돼 주로 다음 두 가지로 쓰이는데, 일상에선 이게 더 자주 사용된다. ②차나 기계 등을 세는 말, 즉 단위명사로서의 쓰임새다. ‘자동차 500대’ ‘피아노 10대’ 같은 게 그 예다. 이 대(臺)는 윗말과 띄어 쓰는 게 원칙이다(‘자동차 1만 대’ ‘피아노 열 대’). ③값이나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서 ‘대강의 범위’라는 뜻을 더하기도 한다. 이때는 접미사이므로 윗말에 붙여 쓴다. ‘1만 원대’ ‘10억 원대’ ‘수백억대 재산가’ 같은 표현을 할 때 이 臺를 쓴다.
‘대(帶)’도 쓸 일이 많은 단어다. 이는 ‘띠 대’ 자로, 허리띠를 차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글자 모양이 띠처럼 생긴 것을 염두에 두면 외우기 쉽다. 여기서 ‘띠 모양의 공간’ 또는 ‘일정한 범위의 부분’이란 뜻을 나타내게 됐다. ‘화산대/툰드라대’ ‘온대/열대 지역’ ‘공감대/구명대’ 같은 말이 그 예다.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도 이 帶가 쓰였다.
‘대하다, 마주하다’란 뜻의 ‘대(對)’도 알아두면 글쓰기에 유용하다. 주로 두 가지로 쓰이는데, 첫째 ‘대국민 사과’ ‘대미(對美) 수출’ 같은 데 쓰인 ‘대’는 접두사이므로 항상 뒷말과 붙여 쓴다. 둘째 대비나 대립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10 대 1의 경쟁률’ 같은 데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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