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0만원 넣었는데…" 러 주식 몰빵한 쿠팡맨의 '눈물'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입력 2022-03-05 06:59   수정 2022-04-04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나스닥에 상장된 한 러시아 주식에 대거 몰려들었습니다.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 주가가 급락하자 ‘초저점 매수’에 나선 것입니다.

러시아 검색엔진 1위인 얀덱스는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도 알음알음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KT 등 국내 기업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벌이며 좋은 인상을 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나스닥에서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불개미 구조대’ 이번 편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망과 러시아 주식 대응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러시아에서 8년을 거주하고 러시아를 전공한 기자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과 얀덱스 전망을 분석했습니다.

얀덱스는 러시아 검색엔진(점유율 60.7%)과 차량호출(점유율 70%) 분야에서 1위 기업입니다. 검색엔진과 차량호출에서 나오는 현금을 바탕으로 차량공유, 음식배달, e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87달러(작년 11월)까지 올랐던 주가는 전쟁 발발 이후 18달러까지 급락했습니다. 시가총액은 8조2715억원입니다. 단순 숫자로만 보면 초저평가의 영역에 있습니다.

쿠팡을 다니는 한 직장인은 주당 17달러에 4000주를 매수했습니다. 전체 투자금액이 6만8000달러(8200만원)에 달합니다. 이 직장인은 “20년 후에 연금 받을 생각으로 얀덱스에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현대모비스, KT, 한미약품 등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매수에 나섰습니다. 현대모비스 직원은 주당 24달러에 67주를 매수했습니다. 현재 40%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얀덱스의 자율주행 파트너사입니다.


얀덱스 전망을 말씀드리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과 전망을 알아봐야 합니다. 특히 전쟁의 키를 쥐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전쟁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가 고립을 자초하면서까지 전쟁에 나선 이유를 이해하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나토는 1949년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 결성된 반(反) 러시아 집단 방위 기구입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자 나토는 1999년 체코·폴란드·헝가리, 2004년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을 회원국으로 가입시키며 러시아 국경까지 진격했습니다. 러시아가 약해진 틈을 타 세력을 확대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990년 서방과 소련이 분할 점령하던 동·서독이 통일할 때 서방이 나토를 독일 국경 밖으로 이동시키지 않기로 소련과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우리는 러시아가 아닌 소련과 합의했다”라며 나토를 확장해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7년 “나토 동진은 러시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합의를 지키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나토는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등 4개국을 가입시키며 러시아를 압박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러시아는 전쟁에서 물러설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나토군을 막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840km 떨어진 핵심 ‘완충 지대’입니다.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입성하면 모스크바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놓이게 됩니다.

미국의 입장으로 보면 캐나다나 대한민국에 중공군이 입성하는 시나리오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언급하는 이유도, 초강력 경제제재를 감수하는 이유도 칼날이 턱밑까지 들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대를 파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나토군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러시아 국경에 접근하는 순간 러시아가 전면전을 불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3차 세계 대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쟁까지 일으키고 경제제재까지 맞은 푸틴 입장에서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단순 철군은 불가능합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영원히 가입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넘은 명분과 전리품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동부 지역에 있는 친(親)러시아 지역의 독립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는 러시아어 인구가 약 30% 거주하고 있습니다. 푸틴 입장에서는 ‘서방 파시스트’로부터 러시아 민족을 구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조건을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동부 지역을 점령한 채 우크라이나와 국지전을 계속 벌이는 식으로 말입니다.

전쟁이 종식되지 않으면 대러 제재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동학개미들이 물린 얀덱스 주식은 단기적으로는 10달러 밑으로도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거래정지가 풀리는 순간 그동안 폭락한 루블화 가치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얀덱스는 나스닥과 러시아 증시에 동시에 상장돼 있습니다. 러시아 본주를 달러로 환산한 가격이 나스닥 주가입니다. 러시아 주가가 그대로여도 루블화 가치가 50% 떨어지면 나스닥 주가는 50% 하락합니다.


지난달 25일 1달러당 82루블이었던 루블·달러 환율은 지난 4일 106루블까지 올랐습니다. 루블화 가치가 29% 떨어졌다는 얘기입니다. 러시아 언론에서는 환율이 120루블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패시브 자금의 이탈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러시아를 MSCI신흥국 지수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MSCI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얀덱스를 편출해야 합니다.

다른 러시아 주식처럼 최악의 상황은 아닙니다. 얀덱스는 매출의 90%가 내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제재의 타격을 직접 받지 않습니다. 광고 매출과 차량 호출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구글이 철수하면서 얀덱스가 러시아 검색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2010년 중국에서 구글이 철수한 이후 바이두의 점유율이 대폭 늘어난 것처럼 말입니다. 지난달 기준 구글의 러시아 검색엔진 점유율은 38%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 환율(1루블당 16원)을 기준으로 얀덱스는 작년 5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6조1361억원을 기록한 카카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8조원으로 카카오(42조원)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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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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