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손보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막으려면

입력 2022-03-06 17:57   수정 2022-03-07 00:10

매년 실손보험료가 크게 오르면서 실손보험에 가입한 3900만 소비자의 부담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과거 상품의 경우 두 배 가까이 보험료가 인상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갱신안내장을 받은 소비자는 가히 충격적이다. 화가 나서 계약을 해지하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많은 보험사가 상품 판매를 아예 중단하거나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져 지금 해지하면 앞으로 가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실손보험료가 매년 이렇게 오르는 것은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잘못된 상품 구조가 원인을 제공했고, 일부 부도덕한 의료기관과 계약자는 비급여 과잉진료와 의료 쇼핑을 자행했다. 일례로 백내장 수술을 빙자해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을 과잉으로 권유하면서 병원마다 그 가격 또한 편차가 3~4배에 이르러 실손보험 지급액을 천문학적으로 부풀리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실손 지급금액이 연간 779억원에 불과했던 백내장 수술이 5년 만에 1조원 넘는 규모로 급증했다고 하니, 과잉수술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굳이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뒤늦게나마 보험업계가 비급여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 있는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했지만 이미 1~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대다수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은 일부 의료기관의 비급여 과잉진료와 터무니없는 비급여 가격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제어하는 것뿐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실손보험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정부 여러 부처와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비급여 관리와 보험사기 예방 강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와 같은 일을 개선해 보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으나 협의체 추진 초기부터 비급여 관리 문제 해결 당사자인 보건복지부의 불참으로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협의체가 되고 말았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는 생명에 지장을 주는 값비싼 의료비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이 보험료가 무분별한 비급여 과잉진료 등으로 인해 엉뚱한 곳에 과도하게 쓰이고, 이 비용을 일반 다수의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익에만 눈이 먼 잘못된 의료 관행과 비급여 과잉진료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건전한 실손보험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언제까지 국민의 실손보험료 부담이 커져야 하며, 일부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의사들을 위해 국민이 밑 빠진 독에 보험료를 계속 부어야 하나?

정책협의체는 의료인의 정당한 비급여 진료를 막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백내장이 아닌 환자에게 ‘생내장’ 수술을 시행하거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의료기관을 줄여 의료 소비자의 혜택은 유지하면서도 건보 재정 누수와 실손보험료 인상을 막아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정책 방향은 오히려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에 대한 신뢰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복지부는 부도덕한 일부 의료진을 싸고도는 태도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진정한’ 의료인과 의료 소비자를 위해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 정책협의체에 시급히 참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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