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5일 경북 울진군, 강원 강릉 옥계면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주말 내내 이어지면서 축구장 2만678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여의서로 제방 안쪽) 51배 규모다. 산림당국은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더해져 산불 피해가 20여 년 만에 최대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곳곳에서 교통도 마비됐다. 5일 오전 동해고속도로 옥계IC~동해IC 양방향이 전면 통제됐다. 같은 날 오후 9시부터는 42번 국도 백봉련~7번 국도분기점이 통제됐다. 동해~강릉 구간 KTX는 5일 낮 12시부터 6일까지 운행 중지됐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관계자는 “‘건조’와 ‘강풍’이라는 최악의 여건에다 산불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형태로 이어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최근 20년 만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000년 4월 강원 고성군에서 최초 발화한 ‘동해안 산불’은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산불이었다. 당시 산불은 9일간 지속돼 삼척, 강릉, 동해를 거쳐 울진까지 번졌다. 총 2만3794㏊의 산림이 소실됐고, 사망자 2명, 부상자 15명의 인명 피해도 있었다.
이번 산불 진화에는 산림당국과 소방, 경찰, 군, 지방자치단체 등의 헬기 96대와 인력 1만9016명이 투입됐다. 차량은 지휘차 17대, 진화차 118대, 소방차 654대 등이 동원됐다. 이들은 산불 위험 지역에 있는 36번 국도 등에 저지선을 치고 문화재청 지정 보물이 있는 금강송면 불영사와 200년 넘은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리한 금강송 군락지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하지만 진화속도는 더뎠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수량이 기록적으로 적었던 극심한 건조기후로 인해 산불은 더 빠르고 강하게 번졌다. 6일 기준으로 경북엔 건조주의보, 동해안과 산지엔 건조경보가 내려졌다. 그나마 강한 바람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이날 강풍특보는 해제됐다.
산불이 여러 곳에서 발생한 것도 걸림돌로 꼽힌다. 산림청 관계자는 “헬기 등 소방 자원을 분산 투입하게 되면서 진화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불 원인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강릉 옥계면에서 발화한 불은 방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주민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옥계면 자택 등에 불을 질러 대형 산불을 일으킨 60대 남성에게 방화와 산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6일 구속했다. 4일 울진에서 시작된 삼척 산불은 울진군 북면 두천리 도로변에서 담뱃불로 시작돼 산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복구 비용의 절반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고, 응급 대책과 재해복구에 필요한 각종 행정·재정·금융·세제 등의 특별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머지 지역도 대상이 되는 대로(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제도를 총동원해 (이재민들이) 불편한 기간을 최소화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산불은 지난 1일 기준 2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6건)에 비해 80.2% 늘었다. 여기에 4~6일 발생한 산불을 더하면 올해 초 산불 발생 및 피해 규모는 ‘역대급’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오후 7시44분엔 경북 고령군 쌍림면 야산 해발 150m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추가로 났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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