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수락 5시간여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긴밀한 한·미 공조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빨리 이뤄진 통화에서 윤 당선인에게 취임 후 백악관 방문을 제안했다. 대선 기간 중 한·미 동맹 강화를 공언해온 윤 당선인의 조기 방미(訪美)가 성사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두 사람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항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초부터 이어져온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과 관련해 더욱 굳건한 한·미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한반도 사안에 더욱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미국은 북한 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한·미·일 3국의 대북 정책 관련 긴밀한 조율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발표한 당선 인사에서도 “한·미 동맹을 재건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의 핵심 가치를 공유하면서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대중·대일 외교와 관련해 “상호존중의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을 향해선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면서도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 간 통화는 이례적으로 빨리 이뤄졌다. 윤 당선인은 개표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며 이날 새벽 5시가 넘어서 당선 수락 연설을 했는데, 이로부터 불과 5시간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 앞서 문재인·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일 밤 당선을 확정짓고 하루 뒤에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확정 이틀 뒤 통화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르다. 윤 당선인도 당초 11일에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이 통화 날짜를 앞당기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하려던 윤 당선인의 일정도 50분가량 뒤로 늦춰졌다.
북한의 무력 도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엄중한 대외 상황 속에서 한·미 동맹의 건재함을 부각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 “윤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입장을 바로 냈던 백악관은 두 사람의 통화가 끝난 뒤엔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의 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오는 5월 10일 취임하는 윤 당선인이 전례 없이 이른 시점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 안보회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5월 하순 방일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난달 “(방한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미국 대통령이 동아시아를 방문할 때 한국과 일본을 함께 들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취임한 지 약 2주 만에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 직후 전화로 윤 당선인을 공식 초청했다는 점에서 상반기에 윤 당선인의 방미가 추진될 수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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