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착공을 가급적 빨리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5일 경북 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 간담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 재개는)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것이니 새 정부가 출범하면 속도를 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간명한 메시지로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원전산업을 복원해 신재생과 원전의 조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져 내린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다시 쓰는 일도 새 정부가 짊어진 무거운 숙제다.
내년 7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의 운전 연장도 주요 정책 과제다. 원전 설계 수명은 경수로는 40년, 중수로는 30년인데 계속운전을 결정하면 10년 더 사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통상 대규모 정비를 거쳐 최대 60년까지 가동한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에 투자를 늘리고, 신규 원전 건설은 여론 수렴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원전업계는 윤 당선인의 탈원전 폐기 대표 공약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만 이행돼도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5%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030년 발전 비중 목표치인 △화석연료 41% △신재생에너지 30% △원자력 24% 등도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까지 70%로 늘리기로 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로 줄이는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윤 당선인 측은 비현실적인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폐기하고, 원전 확대에 따른 새로운 탄소중립 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다만 NDC의 경우 국제사회에 약속한 만큼 목표치는 그대로 두고, 실행 방안을 고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탈원전 5년 동안 원전 부품업체 수백 곳이 문을 닫았고, 명맥을 유지한 곳도 인력을 대폭 줄였다. 원전 기술자들의 해외 이탈도 심각한 수준이다. 원전 부품업체 관계자는 “지금부터 원전을 짓겠다고 해도 2~3년 뒤에야 발주가 나올 것”이라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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