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는 지난해 12월 격렬한 토론 끝에 2025년까지 원전 7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벨기에 전력회사 일리아에 따르면 이들 원전은 벨기에 전력 생산량의 52.4%(작년 기준)를 담당한다. 다만 벨기에는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원전 2기의 수명은 연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었다. 현재 수명 연장이 검토되는 원전 2기는 각각 1038㎿, 1039㎿급이다.
두 달 사이 벨기에가 탈원전을 재검토하고 나선 것은 유럽에서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 탓이다. 유럽은 전력 생산과 난방에 필요한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수급 불안이 퍼지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러시아는 자국에 경제 제재를 가한 유럽 국가들을 향해 일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차단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전을 폐쇄하는 대신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려고 했던 벨기에가 탈원전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친원전 국가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12일 핀란드에선 40년 만에 첫 원전인 올킬루오토 3호기가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유럽에서 신규 원전이 가동되는 것은 15년 만이다. 1.6GW(기가와트)짜리인 이 원전은 당초 2009년부터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문제로 인해 13년간 지연됐다. 체코는 최근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본입찰을 개시했다. 이번 사업은 체코 남부 두코바니 지역에 1200㎿ 이하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짓는 것이다.
이처럼 원전을 향한 기류가 우호적으로 변하면서 최근 우라늄 가격은 1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파운드당(1파운드는 약 0.45㎏) 43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우라늄 가격은 현재 40%가량 뛰어올랐다. 우라늄 시장 조사업체 UxC의 조너선 힌제 회장은 “유럽 몇몇 국가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서 벗어나 에너지 다각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원전 수명을 늘리는 등 기존 입장을 바꾸려는 조짐이 있다”고 진단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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