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판다더니…에스엠, 주총 2주前 '경영권 방어 안건' 추가 왜

입력 2022-03-21 17:27   수정 2022-03-22 03:09

주주총회를 앞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얼라인파트너스)가 내세운 감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이자 에스엠은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추가했다. 주총 안건이 변경됨에 따라 행동주의펀드는 소액주주들로부터 그동안 확보한 의결권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새로운 주총 안건도 주주명부 폐쇄일 변경, 유상증자 한도 확대 등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게 정관을 바꾸는 내용이다.
매각 앞둔 정관 변경
지난 16일 장 마감 후 에스엠은 주총소집공고 정정공시를 냈다. 주총 안건 확정을 위한 법정 시한 마지막 날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주총 안건에 정관 변경을 추가했다. 먼저 주주명부 폐쇄일을 12월 31일에서 주총 2주 전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추가했다. 또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한도를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30%에서 50%로 높이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용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주주제안은 주총 6주 전까지 내야 효력이 발생한다. 에스엠이 정관을 바꾸면 주주제안이 들어와도 명부 폐쇄 전까지 4주의 시간을 벌게 된다. 우호지분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 기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백기사도 끌어들일 수 있다.

의아한 측면도 있다. 현재 에스엠을 경영하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사진)는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을 팔면 경영권 방어는 의미가 없다. 이와 관련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회사가 매각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한도 확대도 논란이다. 에스엠이 사세를 키우기 위해선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브가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저스틴 비버의 이타카홀딩스를 1조394억원에 매수했듯, 에스엠도 사업을 확대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펀드매니저는 “인수합병(M&A) 실탄이 필요한 것이라면 주주배정 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활용하면 된다”며 “특정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제3자배정을 택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편법에 대한 시장의 싸늘한 반응
에스엠이 이처럼 편법으로 보일 소지가 있음에도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은 이번 주총이 그만큼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감사 선임을 제안해 주총 안건으로 올린 상태다. 경영진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많다는 게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장이다. 지난해 에스엠의 영업이익은 685억원인데,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181억원을 받아갔다. 또 그동안 어닝쇼크도 잦았다. 얼라인 측은 감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를 견제하면 충분히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확보했다. 감사 선임의 경우 대주주 의결권(특수관계인 포함)이 3%로 제한돼 얼라인 측은 감사 선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주총을 2주 앞두고 안건을 변경함에 따라 의결권을 다시 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에스엠도 의결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소액주주를 달래기 위해 사상 처음 배당(주당 200원)도 결의했다. 오랜 기간 에스엠에 투자했던 정광우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매니저는 “3년 전 KB자산운용의 배당 확대 요구도 공개적으로 무시한 에스엠이 배당에 나섰다는 건 그만큼 급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상장을 통해 성장의 밑거름을 마련한 만큼 제대로 된 주주정책을 내놔야 하지만 에스엠은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에스엠 측은 경영권 방어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에스엠 관계자는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를 요하는 사항인 만큼 여러 안건을 묶어 처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 이제야 안건을 올린 것”이라며 “주주명부폐쇄는 상법 개정에 따라 기준일을 바꿀 수 있어서 바꾼 것이고, 증자 한도 상향 조정은 M&A 등을 감안한 움직임”이라고 답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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