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고객이 앱 얼마나 쓰나, 이게 수익보다 중요한 경영목표"

입력 2022-03-22 17:43   수정 2022-03-23 01:24


“자산·이익의 성장세를 예상은 해보지만 중요한 경영 목표는 아니다. 고객이 얼마나 자주 앱을 사용하는가가 첫 번째 목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이 설명은 전통 은행보다 정보기술(IT)업계의 성장 공식을 따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DNA’를 잘 보여준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상품만 파는 게 아니라 5개 증권사, 8개 저축은행, 7개 캐피털사 등과 제휴를 맺고 다른 회사 금융상품도 연결해 준다. 은행의 전통적 수익 모델인 예대마진 외에 이런 ‘플랫폼 사업’을 키우는 데 공들이고 있다.

IT 인력 비율이 높고, 개발자가 핵심 인재 대접을 받는다는 것도 인터넷은행이 플랫폼 기업과 닮은 점이다. 케이뱅크는 임직원의 33%, 카카오뱅크는 40%, 토스뱅크는 70%가 IT 인력이다. 국내 150개 금융회사의 IT 인력이 전체 임직원의 4.5%(2020년 말 기준, 한국은행 집계)인 것과 대조적이다. 인터넷은행 3사는 전 직원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상품혁신 촉진 메기 효과”
금융권 관계자들은 출범 5년을 맞은 인터넷은행이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한 ‘메기’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당시 대형 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이 찻잔 속 태풍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국민은행이 ‘KB스타뱅킹’ 이용자 16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10년 걸린 반면 카카오뱅크는 3년여 만에 1600만 명을 돌파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10명 중 6명이 30~40대 고객이었지만 지난해부터 20대 이하와 50대 이상 가입자가 늘면서 연령층이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영업 시작 전 사전예약한 사람만 170만 명에 달했고, 지금도 매일 1만~2만 명 안팎이 계좌를 트고 있다. 저축은행도 따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연 2% 금리의 수시입출금 통장’을 앞세워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시중은행은 연 2% 금리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토스뱅크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프라인 창구·텔러 없는 ‘가벼운 몸’
영업점과 창구 직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효율성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케이뱅크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카카오뱅크는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시중은행을 앞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1~3분기 카카오뱅크의 직원 1인당 이익(충당금 적립 전 기준)은 2억8000만원으로, 같은 기간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1억8700만원보다 49.7% 많았다.

시중은행마다 직원과 점포 수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에 나서고 있지만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무점포 수익 모델과 플랫폼이라는 장점은 시장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될 인터넷은행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피부로 느끼긴 쉽지 않지만 리눅스, 클라우드 등을 기반으로 한 전산 시스템과 ‘모바일 온리’ 전략도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성장성·위험관리 역량 본격 시험대에
개인 대상 소매 영업에 집중해온 인터넷은행이 자영업자, 기업 등도 속속 공략하고 나섰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내놨다. 토스뱅크에 이어 케이뱅크도 개인사업자 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도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에는 기업 특화 인터넷은행만 최소 15곳 이상”이라며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인터넷은행의 기업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업체마다 지배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5년 동안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인터넷은행이 본격적으로 ‘검증의 시간’을 맞게 됐다고 설명한다. 성장세를 지속하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 역량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은 기존 대형 은행 대비 탁월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지만, 최근 대출 총량 규제 등 사례에서 보듯 규제 환경에 따라 경쟁력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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