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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마리우폴의 결사 항전

입력 2022-03-22 17:24   수정 2022-03-23 00:09

잿더미가 된 도시에 폭탄이 10분마다 떨어졌다. 거리에는 시신이 나뒹굴고, 전기와 수도는 완전히 끊겼다. 4주째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인구 45만 명 중 약 3000명이 숨졌다. 나머지는 영토방어군과 함께 결사 항전을 벌이고 있다.

이곳을 지키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요새화한 지형과 건물 잔해를 활용하는 시가전으로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마리우폴은 양측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에는 크름(크림)반도와 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우크라이나에는 남부와 동부 전선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역사상 최악의 ‘결사 항전 도시’는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와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다. 두 곳 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침공에 소련군이 맞선 도시다. 6개월간 계속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선 독일군이 2000회에 걸쳐 1000t 이상의 폭탄을 퍼부었다. 전세가 바뀌어 독일군이 포위된 뒤에는 소련군의 폭격이 계속됐다. 결국 2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레닌그라드는 더했다. 모든 출입로가 차단된 가운데 독일군 포탄이 하루에 300발꼴로 쏟아졌다. 그 와중에 공장 노동자들은 박격포와 기관단총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다. 871일간 고립된 도시에서 100만여 명이 기아와 질병, 폭격으로 사망했다. 소련군이 독일군을 몰아내기까지 양측 사상자는 400만 명에 달했다. 이들 도시의 결사 항전으로 2차 대전의 흐름이 바뀌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이후 독일은 패망하기 시작했다. 80년 전 독일의 히틀러가 저지른 참극이 지금 러시아의 푸틴에 의해 재연되고 있다.

어제는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살아남아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87세 할머니의 눈물이 세계인을 울렸다. 7세 때 폭격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할머니는 “내 인생에서 그때 같은 학살이 반복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침략군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에 맞서 항전을 다짐한 마리우폴에는 대형 제철소가 있다. 그러나 폭격으로 폐허가 됐고 무기를 만들 재료도 구하기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국제법으로 금지된 ‘전범 무기’까지 동원할 태세여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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