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지난해 갑자기 바뀌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연봉을 올리면서 제조 대기업 직원들도 “더 달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지난해 3월 임금을 7.5% 인상했다. 2013년 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지난해 말 특별 격려금 등이 더해지며 작년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13.4% 상승한 1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다른 대기업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 ‘평균 연봉 1억원 시대’가 열린 배경이다. 경제계에선 ‘적절한 보상’이라는 분석과 ‘과도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개 기업 중 14곳이 직원 평균 연봉을 두 자릿수 인상했다. 삼성전자(13.4%) SK하이닉스(22.9%) 네이버(26.0%) 삼성SDI(32.5%) LG화학(10.8%) 기아(11.0%) 포스코홀딩스(11.2%) 등 업종과 상관없이 대폭 임금을 올렸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차익까지 더하면 실제 상승폭은 더 커진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더한 직원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으로, 2020년(7800만원) 대비 84.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게임 등 IT업계가 ‘개발자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임금 인상 열풍은 더 거세졌다. 넷마블, 넥슨, 크래프톤 등이 한 번에 연봉을 1000만원 안팎씩 올린 것이 시작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연봉을 주는 기업으로 이직하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경쟁 기업보다 더 많이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물가 상승 등으로 불만이 커진 직원들을 달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일부 고위 임원만 수십억원 규모의 연봉을 받는 데 대한 비판이 노골화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지난해 여러 기업에서 ‘MZ 노조’가 출범한 데다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를 통해서도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공형 임금 체계에 따른 인건비 상승, 대·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 등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글로벌 최대 자동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가 최근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평가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 것처럼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다. 경제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연봉 인상보다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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