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완판된 日 고급 아파트…실내는 어떻게 생겼나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03-23 06:51   수정 2022-03-26 17:02



'5억원으로 도쿄의 10억원대 고급 아파트를 사서 5년 만에 9억원으로 불리는 투자법' 4번째 편에서는 실제로 부동산 임장(부동산을 사려고 할때 직접 해당 지역에 가 발품을 팔며 탐방하는것)을 떠나본다. 도쿄의 고급 아파트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먼저 찾은 곳은 분양 전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으로 사용되면서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던 '하루미플래그'다. 하루미플래그는 도쿄 주오구의 매립지인 하루미섬에 들어서는 대형 아파트 단지다. 섬 남쪽 18헥타르에 4145가구가 들어선다.



미쓰이부동산, 미쓰비시지쇼, 노무라부동산, 스미토모부동산, 도큐부동산, 도쿄건설 등 일본 대형 부동산 회사가 모두 참가했다.

하루미플래그는 환상적인 입지로 관심을 끌었다. 도쿄만의 한가운데로 돌출한 곳에 위치해 3면이 바다다. 도쿄 중심가와도 매우 가깝다. 긴자까지 2.5km, 도쿄역까지는 3.3km로 도쿄 중심가를 걸어서 다닐 수 있다.



61.06㎡(18.5평)~106.57㎡(32.2평)의 가격이 4900만~1억700만엔이었다. 대표 평형인 70㎡대의 가격은 6400만엔(약 6억8326만원)이다. 참고로 주변의 더 도쿄 타워즈와 되 투르 같은 타워맨션은 비슷한 크기의 집 한채 가격이 1억엔을 훌쩍 넘는다.

입지와 가격 메리트 덕분에 작년 11월 631가구 분양에서 모든 물량이 하루 만에 판매됐다. 평균 경쟁률은 8.7 대 1, 최고 경쟁률은 111 대 1에 달했다. 2019년 7월 1차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은 2.6 대 1이었다.

올림픽 개최 이후 하루미플래그는 선수촌에서 아파트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대표 건설사인 미쓰이부동산은 근처에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한경글로벌마켓 도쿄나우는 미쓰이부동산으로부터 취재허가를 얻어 방문객이 없는 저녁시간에 하루미플래그를 방문했다.



106타입은 하루미플래그에서 가장 큰 모델이다. 전용면적 106.57㎡(32.23평)의 4LDK WIC SIC S 구조다. 방 4개에 거실과 주방, 워크인클로젯(WIC·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수납장), 슈즈인클로젯(SIC·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신발장) 수납창고(S)가 하나씩 있는 구조를 말한다.

일본 아파트는 전용면적 외에 발코니 면적을 따로 공개한다. 106타입의 발코니 면적은 29.55㎡(8.93평)이다.



106타입이 들어서는 건물은 하루미 남쪽 코너로 양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다. 덕분에 거실의 두면이 도쿄만으로 열려 있다. 왼쪽에 오다이바, 오른쪽에 시바우라 그리고 중앙에 도쿄의 랜드마크인 레인보우브리지가 걸처져 있다.



여름이면 도쿄만은 바다에 떠서 연회를 즐기는 유람선인 야카타부네로 가득하다. 여름철 불꽃놀이와 야카타부네로 가득한 도쿄만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소파와 테이블을 거실 중간에 배치해서 도쿄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꾸몄다. 식탁도 마찬가지다. 코너에 위치한 아파트라서 발코니도 양쪽으로 2개가 있다.



다음은 88타입이다. 88.47㎡(26.76평)의 3LDK WIC S구조의 대형 모델이다. 발코니 면적은 14.40㎡(4.35평)이다. 이 모델 역시 하루미 남동쪽 코너에 있어서 좌우로 도쿄만이 펼쳐진다.

106타입과 달리 88타입은 슈즈인클로짓(SIC)은 아니다. 일본 아파트는 변기가 있는 화장실과 욕조가 있는 욕실, 그리고 세면대가 있는 파우더룸을 따로 배치하는게 특징이다.



화장실도 한국과 달리 건식이 대부분이다. 한국인들의 반응은 '물청소를 못해서 불편하다'는 쪽과 '겨울에도 춥지 않아서 좋다'라는 쪽으로 갈린다.

8조짜리 큰방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워크인클로젯 외에도 수납장이 하나 더 있다. 거실은 16.5조, 부엌은 3.8조다. 일본 집 구조는 보통 조(?)로 표기한다. 1조는 타타미 1장 크기를 말한다.



수백년 동안 사실상 여러개의 나라로 갈라져 있던 일본은 지역별로 타타미 크기가 달랐다. 현재 전국 표준 규격은 1조가 1.55㎡다. 2조가 3.1㎡, 0.93평이어서 한국인들은 대략 2조를 1평으로 어림잡는 편이다.

파우더룸과 세탁실 앞뒤로도 수납공간이 충분했다. 신축 일본 주택의 욕조에는 수도꼭지가 따로 없다. 욕조 안의 배수구를 통해 자동으로 원하는 온도의 물을 원하는 양만큼 받을 수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일본인들은 매일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



절약정신이 강한 일본인 답게 욕조물 또한 허투루 쓰지 않는다.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욕조에 몸을 담근다. 물이 식는 걸 막기 위해 욕조에 물의 온도를 유지하는 보온기능도 있다. 식은 물을 다시 덥히는 '오이다키(追い炊き) 기능'도 있다.

온가족이 돌아가면서 쓴 욕조물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이 물을 세탁기로 옮겨서 세탁할 때 쓸 수 있도록 욕조와 세탁기가 연결돼 있다.



거실은 106타입과 비슷하게 도쿄만이 한 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16.5조라서 상당히 넓게 느껴지는데다 벽 한 면 전체가 수납장이었다. 거실 한 쪽을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에서는 재택근무가 정착됐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중시되고 있다.



73타입은 하루미플래그의 대표 모델이다. 73.58㎡(22.25평) 3LDK SIC 구조다. 발코니 면적은 12.40㎡(3.75평)다. 대표 모델답게 구조도 가장 짜임새 있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있는 슈즈인클로젯(SIC)이 배치돼 있다. 5조짜리 작은방을 딸의 방으로 꾸몄다. 반대 편에 빌트인 옷장이 있다. 6조짜리 큰방 역시 벽면에 수납장이 있다. 창이 복도쪽으로 난 게 흠이었다.



복도에 다시 외투 등을 걸 수 있는 큼직한 옷장이 있다. 왼편으로 파우더룸 욕실이 배치됐다. 파우더룸에서 바로 부엌과 거실로 연결되는 통로가 또 하나 있다. 이 때문에 73타입은 현관에서 거실로 가는 통로가 2개인 독특한 구조가 됐다.

4.5조짜리 방은 양쪽 미닫이를 여닫아서 방으로도, 거실의 일부로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은 창이 없다. 재택근무의 증가로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중시하는 추세를 반영한 구조다. 티테이블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발코니 면적도 충분했다.



발코니에서 실내를 보면 부엌과 거실로 통하는 2개의 통로를 확인할 수 있다. 현관에서 바로 거실로 올 수도 있고, 파우더룸에 들러서 손을 씻고 올 수도 있다. 코로나 시대를 반영한 구조로 보인다. 미닫이 문을 여닫아서 업무공간으로도, 거실로도 쓸 수 있는 3번째 방도 보였다. 4인가족의 보금자리로 안성맞춤인 구조였다.



마지막으로 본 곳은 62타입이었다. 61.18㎡(18.50평)의 2LDK SIC S 구조입니다. 베란다는 10.84㎡(3.27평)이다. 현관을 들어서면 신발장 뿐 아니라 외투 전용 옷장이 배치된 게 눈에 띄었다.



코로나 시대 이후 밖에서 들어올 때 입구에서 외투를 벗어 옷장에 걸고, 곧바로 파우더룸에서 손을 씻을 수 있는 구조가 뜨고 있다. 외투 전용 옷장에서 복도 좌우로 파우더룸과 욕실, 화장실이 따로 있다.

부엌은 3.3조, 거실 10조다. 부엌을 'ㄱ'자형으로 배치했다. 작은방은 5조, 큰방은 6조인데 이 모델하우스는 방 2개를 텄다. 작은방은 침실, 큰방은 업무공간 및 취미활동 공간으로 쓸 수 있는 구조다. 아이없이 맞벌이하는 부부를 위한 구조다.



거실도 취미활동에 비중을 두고 꾸몄다. 최근 도쿄 고급 아파트의 주 고객인 '파워커플'을 의식한 구조다. 파워커플은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IT기업은 재택근무 비율이 특히 높아서 집과 업무공간이 결합된 구조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하루미플래그의 디오라마에서 볼 수 있듯 이 단지에는 가운데 두 동의 타워맨션과 대규모 상업시설이 추가로 들어선다. 앞에서 서술했듯 하루미플래그 대표모델은 주변 타워맨션의 반값이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로는 도쿄의 정중앙에 있으면서도 애매한 교통편이 첫번째로 꼽힌다. 바로 옆의 가치도키와 쓰키시마는 도쿄 도심을 지나는 지하철 노선인 유라쿠초선과 오에도선이 지난다. 반면 하루미는 도쿄 도심에서 유일하게 지하철이 안 다니는 지역이다.

긴자 도쿄역 등 도심 중심가와 3km 남짓 떨어져 있는 한편 가장 가까운 가치도키역까지 도보 25분이어서 역세권으로 보기 힘들다. 'BRT'라는 특별 버스노선이 들어오고 장기적으로는 하루미 지역에 지하철 노선을 건설할 가능성이 나오지만 교통편은 확실히 약점으로 지적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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