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0조원’을 예상하는 첫 번째 근거는 운임이다.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기준 4540.31로, 역대 최고치였던 1월 초(5109.6)에 비해 다소 하락했다. 다만 운임 고공행진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될 추세다.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 조치도 물류대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중국 지린성 창춘시와 산둥성 웨이하이시, 광둥성 선전시는 사실상 봉쇄 상태다. 선전항은 월 처리 물동량이 24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하는 중국 3위 항만이다.
HMM 선복량 급증도 긍정적이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HMM 선복량은 81만8328TEU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3월 41만4600TEU에서 2년 만에 97.5% 늘어났다. 이 기간 선복량 증가율은 세계 톱10 선사 중 압도적인 1위다. HMM에 이어 △프랑스 CMA CGM(24.3%) △대만 에버그린(22.3%) △덴마크 MSC(13.1%) 순이다. HMM은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보유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선적률은 아시아에서 미국·유럽으로 가는 화물 기준 2만4000TEU급이 101.1%, 1만6000TEU급은 101.3%에 달한다.
HMM 관계자는 “2024년 상반기까지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받으면 선복량이 100만TEU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2016년 9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선복량(61만TEU)과 당시 현대상선(43만TEU) 선복량을 합친 규모와 비슷해진다.
HMM은 2018년 10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영구채를 발행했다. 당시 경영 악화로 시장에서 단독으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지자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인수했다. 만기 30년 이자율 연 3%에 주식 전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구채가 단계적으로 주식으로 전량 전환되면 HMM 유통 주식은 현재 4억8900만 주에서 9억 주까지 늘어난다.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도 80%까지 급증한다.
잠재 인수 후보는 이 지분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수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부담해야 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원활한 인수합병(M&A)을 위해 지분을 시장에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다만 매각 시점을 놓고 해진공과의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산은은 기회가 되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해진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MM 주가는 지난해 초부터 5월 말까지 세 배 이상 급상승하며 5만6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흠슬라’(HMM+테슬라)로 불렸던 시기다. 하지만 영구채의 주식 전환 이슈가 제기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급락하다가 올 2월 초부터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HMM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동일 업종(20배)을 훨씬 밑도는 1.96배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 해운대란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올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록적인 실적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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