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경쟁'이 촉매…기술 발전해도 일자리는 계속 늘죠

입력 2022-03-28 10:02   수정 2022-04-23 00:01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본질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서양 격언이다. 빠른 기술 변화로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와 인공지능(AI)에 의한 일자리 파괴 등 전에 없던 문제들이 생겨나지만, 장기적으로 기술은 성장과 발전의 유일한 동력원이다. 특히 일자리 위협에 대한 우려는 종종 기술 발전의 혜택을 간과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기술혁신은 대부분 노동력 절감으로 이어진다. 주차장 주인이 자동 차단기와 함께 주차증 자동 발급기를 설치할 때 분명 안내원을 줄여 기계 설치비용을 충당했을 것이다. 이런 혁신은 기업에 이득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다.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와 비교해 자본주의는 실업자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 배경에는 ‘노동 총량의 오류’가 자리 잡고 있다. 노동의 양이 고정돼 있어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장과 달리 1930년대 초 대공황 당시 실업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것을 제외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술 발전 이후 실업률이 끝없이 상승한 경우는 없다.

자동 차단기와 주차증 자동 발급기 설치로 안내원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다가 중요한 건 이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노동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현재 실업률은 99%가 넘었을 것이다. 불과 60~70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인구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오늘날 농업인구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역사상 계속된 혁신은 새로운 직업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헨리 조지는 이를 두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매와 인간 모두 닭을 먹지만, 매들이 많이 먹을수록 닭의 수는 적어지는 반면 인간의 수가 많아질수록 닭의 수는 더 많아진다는 표현으로, 혁신은 더 많은 사람이 일하기를 원하도록 만드는 유인이 되며 그로 인해 계속해서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낮아지는 임금
문제는 일자리가 아니라 임금에 있다. 기술 변화의 결과로 현재 직무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더 낮은 임금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탄광촌은 자동화돼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노동자 수는 감소했다. 여기서 일하던 광부들은 직업을 바꾸면서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주 일부는 전망이 좋은 새 일자리를 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직업에서 이전과 비슷한 급여를 받는 자리에 오르려면 일자리 사다리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경쟁’이라는 전제
기술 발전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뉨에도 모두에게 이롭게 된다. 비록 기술 발전이 노동자를 기존 일자리에서 밀어내긴 해도, 모든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으로 낮아진 상품가격 덕에 일부 노동자의 명목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술 발전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위한 전제는 시장이 경쟁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절약 기술로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높은 이윤을 경험하지만, 다른 기업들은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해 고객 유치 경쟁이 시작되고, 그 결과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 일자리만 사라질 뿐 상품 가격은 하락하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의 항공사 모두 노동력 절감을 위한 혁신을 단행했지만, 미국 항공사들의 운임이 유럽보다 두 배 비싼 이유도 이와 같다. 네 개의 대형 항공사가 미국 시장의 70%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경쟁은 거의 없다. 노동절약 기술로 이윤은 높일 수 있지만, 가격을 낮출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은 중요하다. 오늘날 강조되는 ‘공정한 경쟁’은 동어반복일지 모른다. 치열한 경쟁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공정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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