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무역으로 일어선 나라입니다. 사람 외에 가진 것이 없던 한국은 무엇이든 만들어서 외국에 팔아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수출보국(輸出報國)’이라는 말이 생긴 이유죠. 가발을 만들던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무역 규모로 세계 8위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그 배경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후 우리는 다른 나라와 FTA를 맺어갔습니다. 2006년 3월 한·싱가포르 FTA가 발효됐습니다. 6개월 뒤인 9월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스위스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자유무역을 시작했습니다. 인도와는 2010년 1월, 유럽연합(EU)과는 2011년 7월, 페루와는 2011년 8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무역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런 우려는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났습니다. 한국무역협회와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한·미 FTA 10년 평가’에 따르면, 두 나라 상품무역은 발효 전인 2011년 1008억달러(약 123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91억달러(약 207조7000억원)로 67.8%나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상품 무역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9.3%에서 13.4%로 상승했습니다. 미국이 두 번째로 큰 우리의 무역대상국이 됐죠. 대미(對美) 무역 흑자는 116억달러에서 227억달러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한국의 위상을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자동차 부품, 반도체, 컴퓨터, 석유제품, 2차전지, 냉장고, 합성수지가 대미 수출을 주도했습니다. 가발이 아닙니다. 이들 제품의 미국 수출은 2011년보다 무려 75.5% 늘었죠.
한·미 FTA에서 한국이 큰 덕을 보자, 미국이 협정 개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2018년 1월 개정 협상이 시작됐고, 1년 뒤인 2019년 1월 개정 의정서가 마련됐습니다. 한·미 FTA를 반대했던 경제학자 171명과 반대 단체들은 지금 조용히 있답니다. ‘FTA 괴담’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죠.
축구로 비유하자면, 한국은 운동장을 넓게 쓰는 세계 최강급 무역 플레이어입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따르면, 한국은 59개국과 22개의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습니다. 글로벌 GDP의 85%에 해당하는 나라들입니다. 한국이 세계 85%를 경제영토로 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미국과의 FTA에서 어떤 성과가 났는지 알아보자.
3. 세계지도를 펴놓고 한국과 FTA 중인 나라를 색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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