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강남 떠나 대구 오는 기업들…비결은 '테스트베드 혁신'

입력 2022-03-27 15:33   수정 2022-03-27 15:34


수도권 유망 테크기업들이 최근 대구로 향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옵티머스시스템, 판교의 베이리스, 서울의 비즈데이터 등 3개 기업은 대구시가 추진하는 5+1 신산업 가운데 로봇, 자율주행, 물산업 및 빅데이터 분야와 관련된 테크기업들이다.

수도권 테크기업의 대구U턴은 연구기관, 정부정책 당국자 사이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의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방기업 및 인재 유출을 막아 지방 소멸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지방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공통의 당면과제다. 20대 대선 직후 윤석열 당선인이 인수위 조직에 균형발전TF를 추가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변화다.

5+1 신산업 테스트베드 효과
이들 3개의 테크기업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대구로 옮겨오는 기업들의 대구 선택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신산업 육성을 통한 사업 기회 증가, 신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풍부한 테스트베드와 연구지원 기관의 연구개발과제 지원, 개발자 등 고급인재 공급이다. 특히 테스트베드와 인재 양성은 권영진 대구시장이 5+1신산업 육성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특화해온 부분이다. 대구의 신산업 육성과 인재양성 모델이 새 정부 정책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판교에서 대구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한 베이리스의 김형준 대표는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을 하는데 대구가 테스트베드와 사업 기회가 많고 특히 인재 양성정책이 마음에 들어 대구 이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판교의 테크기업들도 어렵게 키운 인재를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에 빼앗기는 등 수도권 테크기업들의 인재 확보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리스는 지난달 대구시와 협약을 맺고 2024년까지 대구수성의료지구 2000여㎡에 240억원을 투자해 본사를 짓기로 했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차량관제·드론 원격관제 플랫폼과 드론 스테이션, AI 안면 인식솔루션, AI 디바이스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대구시가 추진 중인 5+1 신산업 육성정책 가운데 자율주행차(미래 차) 신산업과 +1에 해당하는 스마트시티가 이 회사의 사업모델과 일치한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현대모비스, SK텔레콤 일본의 유센 등이다. 김 대표는 “대구기업인 대동, 에스엘 및 경남권 기업과의 비즈니스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본사 이전을 결정하는 원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인재 유출 고민 날린 대구 휴스타 정책
강원 춘천에 본사가 있고 서울에 연구소를 둔 비즈데이터(대표 김태진)도 대구 이전을 결정했다. 이 회사는 비즈니스 빅데이터와 실시간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 운영하는 것이 주업이다. 역시 대구수성의료지구 산업용지 1097㎡에 154억원을 투자해 내년에 본사를 이전하고 2026년에는 서울연구소도 대구로 통합한다. 이 회사는 대구시가 국내 최초로 만든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테스트베드에서 물기업 파트너사들과 협업하다 대구 이전을 결정했다. 주요 사업은 자율운영 솔루션 기반 스마트워터사업으로 스마트정수장 솔루션 구축, 스마트 하수처리 모듈 보급 추진 등 물산업과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이다.

경기 용인에서 2009년 창업한 옵티머스시스템(대표 김남혁)도 본사를 대구로 이전키로 하고, 대구테크노폴리스 1만1598㎡ 부지에 144억원을 투자해 본사와 공장을 짓고 있다.

대구시의 5+1 신산업 분야 중 로봇 분야 테크기업이다. 로봇제어기술과 가상현실을 융합한 군사훈련 시뮬레이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제품 개발 후 지난해 말 첫 수출에 성공한 뒤 올해부터 세계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올해 말 완공될 공장은 지금의 성서산단 임차공장보다 규모가 7배 확장된다. 대구로 본사를 옮기기로 한 것은 대구시가 추진한 로봇 등 ‘5+1 신산업’ 육성정책 때문이었다. 2012년 이후 대구시와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의 다섯 차례에 걸친 로봇제어모듈 연구개발(R&D) 지원으로 급성장했다. 그 결과 VR 관련 핵심 특허를 5개 획득했다.

김 대표는 본격적인 양산과 수출을 위해 투자를 결심했다. 2019년 1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0억원, 올해는 2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김남혁 대표는 “휴스타 졸업생을 3년 연속 채용해 인재 확보에 애로가 없었고, 공장 임차비용도 수도권의 4분의 1에 불과했다”고 만족해했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시가 2019년부터 시작한 신산업 혁신 인재 양성 교육인 휴스타 인재 양성정책이 5+1 신산업 테크기업의 성장과 함께 수도권 기업이 성장터전을 대구로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테크기업 유치가 지방생존 전략
수도권 테크기업의 유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방이 추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경제살리기 방안이자 인재 유출 방지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공장이 오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대구 같은 광역시에는 산업 용지값이 경북보다 높아 테크기업 중심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인재들도 생활 인프라가 좋은 도심에서의 근무를 희망하고 있다. 권영진 시장은 3년 전 “대기업 공장이 유치되면 좋겠지만 이제는 연구소기업을 유치해야 산업혁신에 도움이 되고 개발자 등 고급인력 수요가 많아 지방인재를 붙잡을 수 있다”며 5+1신산업 육성에 집중했다. 실제로 대기업 공장의 경우 스마트팩토리 수준이 높아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지방의 경우 생산직 일자리 중심이어서 연봉도 기대만큼 높지 않다.

테크기업인 이인텔리전스에 지난해 초 취업해 알고리즘 비전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수연 씨는 “시내와 가까운 삼성창조캠퍼스에 본사 사무실이 있는 데다 주변 문화시설과 근무 환경도 좋다”며 “개발자로서의 미래 전망도 밝아 서울에서 부대끼며 사는 것보다 고향인 대구의 스타트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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