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산 후 세 번째 농번기를 맞는 농가에 외국인 근로자 찾기 비상이 걸렸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한국인 근로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상황에 4년 이상 장기 체류해 농촌 일이 능숙해진 외국인들은 오미크론 변이 창궐과 비자 만료 시점이 겹쳐 아예 한국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농어촌 등에 일손 부족 문제가 대두하자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외국인 성실근로자(한곳에서 4년10개월을 근무한 외국인) 체류 기간을 1년 연장했다. 이 가운데 2021년 4월 13일부터 체류 기간이 연장된 인력들의 귀국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전남 장성에서 돼지 4000여 마리를 사육하는 오재곤 씨(59)는 지난해 초까지 4명의 외국인 근로자로 양돈장을 운영해왔다. 그러다 그해 2월 2명이 비자 만료로 귀국한 뒤 남은 2명과 함께 어렵게 일하고 있다. 문제는 남은 근로자들도 오는 6~7월 비자가 만료돼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는 점이다. 오씨는 “몇 달 뒤 진짜 난리가 날 것 같지만 현재로선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들어 신규 입국자가 작년보다 늘어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8년과 2019년 연평균 5800여 명에서 2020년 1300명대로 줄었다가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1034명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들어온 것과 비슷하거나, 많은 인력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 훈련해야 할 기간을 감안하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농축산업계의 시각이다.

전남 나주에서 1.5㏊(600그루) 규모의 배 과수원을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경철 씨(49)는 “열매솎기를 해야 하는 5월이 오는 게 두렵다”며 “15명의 근로자가 나흘을 바짝 일해야 가능한 작업인데, 인건비가 너무 올라 외국인을 쓸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예전엔 외국인 근로자에게 맡겼던 작업을 국내 용역회사를 통해 처리하는 농민들도 있다. 충남 천안에서 19년째 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충선 씨는 다음달 초 수확을 앞두고 국내 용역회사에서 일손을 구하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일당이 한국인과 비슷하게 올라간 만큼, 차라리 국내 인력을 쓰기로 한 것이다. 이는 그나마 천안이 도시 지역이라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수월해 가능한 일이다. 김재영 나주농민회 사무국장은 “농가가 서로 인력을 잡아두려 하다보니 인건비가 올라가고, 중개업체는 수수료를 높여 농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다.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중 보름 정도만 일손이 필요한 작물 재배 농가는 현행 제도하에서 계절근로자를 쓰기 어렵다”며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공공형 계절근로’를 본 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협이 32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뒤 단기 인력이 필요한 농가에 보내는 공공형 계절근로 시범사업을 전북 무주·임실군 등 4개 지자체에서 운영한다. 엄 위원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민간이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재배 품목과 농가의 특성에 맞게 외국인 근로자 제도를 세분화해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임동률/천안=강태우/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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