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만에 영업이익은 3배, 당기순이익은 4배 가까이 이상 뛴 기업이 있다. 반도체 기업 DB하이텍의 이야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해 연간 매출 1조 2146억 원을 올렸다. DB하이텍이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연간매출 6693억 원 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868억 원에서 3169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극심한 반도체 쇼티지(수급부족)를 겪고 있는 저사양 아날로그 반도체와 게이밍 족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에서 승부를 본 덕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의 주문이 쏠린 것도 영향을 줬다.
오랜 기간 사업부진이 이어지면서 DB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초대 회장이 2009년 회사 차입금 상환을 위해 사재 3500억 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2014년 첫 흑자전환를 기록했고, 이후 꾸준히 수익성을 개선해왔다.
DB하이텍은 지난 2015년 반도체 업계 호황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벌어들인 돈을 R&D(연구개발)에 투자해 미국 반도체 기업 출신 개발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했다. 제품군도 전력반도체에서 스마트폰·자동차·CCTV용 이미지센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용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다양한 분야로 넓혀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반도체쇼티지(수급부족) 현상이 시장 판도를 바꿔놨다.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펜트업·언택트 소비를 예상하지 못하고 200㎜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줄여놨는데 수요는 오히려 급증했기 때문이다. 게이밍족이 늘면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와 이미지센서, PMIC(파워반도체) 등 200㎜ 파운드리에서 생산가능한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틈새시장인 아날로그반도체에 집중한 것도 한몫했다. 2010년 아날로그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것을 계기로 경쟁사에 비해 제조원가, 성능, 수율, 납기 면에서 경쟁력 있는 반도체를 생산한 것도 실적 개선의 또다른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미래 수요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고부가가치 센서제품들은 대부분 빛 소리 온도 등 외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반드시 탑재해야하는데 200㎜ 웨이퍼가 여기에 가장 적합하다.
DB하이텍은 기존 실리콘(Si)에 비해 고전압, 고전류, 고온에서 동작이 가능해 차세대반도체로 손꼽히는 질화갈륨(GaN)과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반도체 개발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시장이 본격 커지기 시작한 전기차의 핵심 반도체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2018년 3월 말 1만 4750원이던 DB하이텍 주가는 전날(3월 31일) 종가 기준 7만 4900원에 거래됐다.
증권가에선 올해 DB하이텍의 실적도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연간 매출액 1조 5459억원, 영업이익 7018억원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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