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한국인 수준으로 안 주면 조선족 구하는 건 꿈도 못 꿔"

입력 2022-04-04 14:38   수정 2022-04-04 14:57


국내 최대 농산물 유통시장인 서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궂은일 하기를 꺼리는 2030세대가 외면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근로자들도 이탈하면서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

3일 가락시장에서 만난 20년 경력 중도매인 김정연 씨는 “새로 일하러 오는 사람은 없고, 있던 기존 인력은 다 빠져나가 일손이 갈수록 모자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실상은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의 가락시장 인력 채용 게시판에 올라온 구인·구직 게시물 건수에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3308건이었던 게시물 건수는 지난해 5014건으로 51.5% 불어났다.

이곳 상인들은 가락시장의 일손 부족이 고착화한 가장 큰 이유로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꼽는다. 김 씨는 “젊은 친구들이 오래간만에 새로 오더라도 하루 일하고는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도착한 농산물을 하역하는 작업의 경우 하루 16시간 넘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들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백을 메워줬던 조선족 등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을 속속 떠났다. 가락시장에서는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족 근로자들이 재외동포 비자(F-4 비자)를 발급받아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F-4 비자가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F-4 비자로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게 가뜩이나 신경 쓰이던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니, 조선족 근로자 중 상당수는 귀국하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중도매인 김모 씨(52)는 “요즘은 한국인 수준으로 인건비를 주지 않으면 조선족 구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지난해 가락시장을 비롯해 노량진수산시장 등 서울 주요 재래시장에서 잇따라 코로나 집단감염이 터진 것도 인력 유출을 가속했다. 가락시장의 한 상인은 “하역 인원의 경우 코로나19 전에 비해 20%가량 줄어든 실정”이라며 “시장에서 갖은 고생하며 생계를 유지하느니 배달 기사로 업종을 전환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가락시장의 이런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 도입된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성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물류개선팀장은 “팰릿(적재용 받침)에 정리된 농산물을 지게차로 운송할 경우 4명이 2시간 동안 할 일을 30분으로 줄일 수 있다”며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게 근본적인 대처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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