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저를 지탱해 준 게 '희망두배 청년통장'이었어요"

입력 2022-04-06 15:13   수정 2022-04-06 15:14

“고령으로 더 이상 택시 운전이 어려운 아버지, 유방암 투병생활로 쇠약해진 어머니와 함께 살다 보니 매월 나가는 월세와 생활비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서울시 희망 두배 청년통장으로 목돈을 만들어놓으니, 월세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저희 가족에게 청년통장은 희망이었습니다.”

컴퓨터 응용프로그램 엔지니어로 일하는 문병훈 씨(31)는 청년통장 사업을 통해 2018년부터 3년간 매달 15만원씩 꾸준히 저축했다. 지난해 만기 때는 서울시 매칭액과 이자까지 더해 1100만원가량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문씨는 “지금은 적립금을 생활비와 월세에 쓰고 있지만,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조만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 전셋집으로 옮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3년 모은 적립금, 곱창집 운영에 보탤래요”
저축액과 같은 액수의 금액을 서울시에서 매칭해 두 배로 불려주는 청년통장 사업이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청년들은 주로 전·월세나 주택 자금 등 주거 분야에 적립금을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 복지재단이 사업 참여 청년 400명을 대상으로 청년통장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설문 참여자의 87.8%가 적립금 사용처로 주거 자금을 꼽았다. 결혼 자금(68.8%), 미래 생활을 대비한 저축(61.6%), 학자금이나 전세 대출과 같은 부채 상환(55.4%), 창업(42.4%)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적립금을 탄 김모씨는 올해 새로 이사하는 주택 자금에 적립금을 보탤 생각이다. 김씨는 “혼자 저축했다면 3년간 저축을 이어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서울시복지재단과 사례관리기관 담당자의 도움으로 저축 습관을 들이고 만기 완주로 보람도 느끼게 됐다”고 했다.

2019년 청년통장에 가입한 강모씨는 발달 장애아를 대상으로 가정용 미술학습지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만기가 찾아오면 적립금을 창업자금으로 보탤 계획이다. 지난해 적립금을 수령한 청년 옥모씨도 목돈을 사업에 쓸 계획이다. 지금 운영하는 곱창집을 인수받는 과정에서 대출받은 3600만원 중 일부를 갚고 식당도 자리를 잡는 게 목표다.
○지원금 넘어 커뮤니티·금융교육까지
청년들은 청년통장이 단순히 자금만 지원받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만족했다. 금융교육은 물론 개개인에게 알맞은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고, 홀로서기하는 청년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다.

청년들은 4점 만점에 3.25점을 줄 만큼 전반적인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참여자들은 ‘저축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3.29점), ‘나의 자립에 도움이 됐다’(3.16점), ‘금융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됐다’(3.03점)고도 평가했다.

2020년 가입해 지금까지 꾸준히 저축 중인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연우씨(29)는 “홀로 서울살이를 하는데 청년통장 커뮤니티에 크게 의지했다”고 했다. 이씨는 중·고등학교는 말레이시아에서, 대학은 프랑스에서 다닌 탓에 한국에 의지할 친구나 동창이 많지 않았다. 어머니마저 귀촌해 강원도에 살고 있다. 이씨는 “관리기관에서 김치 10㎏을 나눔받고 처음으로 누가 나를 챙겨주고 있고, 서울이 내 동네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지원 사업은 사람을 대면할 일도 거의 없고 돈만 받고 끝인데,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았다”고 했다.

문병훈씨도 “비슷한 지역에 있는 청년통장 참여자들끼리 그룹 활동을 하면서 운동이나 제빵 등 취미생활을 즐겼고, 통장 만기 이후에도 종종 모이는 친구가 됐다”며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해 낯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초년생들에게 청년통장은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기둥과 같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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