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K팝 스타 육성 시스템’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다. 미래 먹거리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선정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한류의 원조인 SM을 ‘과외 선생님’으로 택한 덕분이다.
‘금녀의 땅’인 중동지역에 K팝 플랫폼이 수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정부가 주도하는 엔터산업 육성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공식 파트너로서 참여를 눈앞에 둔 것도 SM이 최초다. SM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마지막 남은 K팝 미개척지’로 꼽히는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SM으로선 손해볼 게 없는 제안이었다. ‘오일머니’가 넘치는 중동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여서다. “이른 시일 안에 SM의 아이돌 훈련 시스템을 건네겠다”고 이 프로듀서가 약속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프로듀서는 한발 더 나아가 “연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SM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SM타운’ 공연과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공연을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마드 빈 무함마드 파예즈 문화부 차관은 “SM이 현지에 자리잡는 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SM이 의기투합한 건 윈윈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문화·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오일머니를 쏟아붓고 있다. 수도 리야드 인근에 서울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수도’를 건설하는 ‘키디야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5년까지 100조원이 넘는 돈을 여기에 투입한다.
SM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엔터산업 스승’이 된 배경에도 이 프로젝트가 자리잡고 있다. 이 프로듀서가 2019년부터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키디야 프로젝트의 어드바이저로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인연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SM이 사우디아라비아 일감을 대거 따낼 것”이란 예상이 엔터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SM은 투트랙으로 중동 음악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우선 K팝 플랫폼 수출을 통해 ‘중동판 슈퍼주니어’를 키워 현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수익도 배분받는다는 구상이다. 다른 하나는 SM 소속 K팝 스타를 수출하는 것이다.
SM 관계자는 “중동 음악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해 지난해 7500억원 규모가 됐다”며 “이 프로듀서가 뚫은 중동이 향후 SM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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