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전서사태 겪은 원불교…나상호 교정원장 “2차 바티칸공의회처럼 혁신하겠다”

입력 2022-04-07 12:59   수정 2022-04-07 16:09

"원불교 혁신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졌다. 천주교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버금가는 혁신을 하겠다. 큰 충격이 올 정도의 혁신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한 일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종교 대개혁의 상징이다. 라틴어로 진행하던 미사를 각 나라 말로 주례하도록 바꾸고 조상 제사도 수용했다.

7일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은 취임 이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열 차례 넘게 '혁신'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나 교정원장이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건 원불교 교단을 둘러싼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지난해 원불교는 경전(원불교전서)의 개정증보판을 둘러싼 진통을 겪었다. 44년 만에 마련한 원불교전서 개정증보판이 심각한 오·탈자, 편집 오류 등으로 전량 회수됐다. 원불교 최고 결의기관인 수위단회가 전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 나 교정원장은 지난해 11월 선임됐다.

나 교정원장은 임기 3년간 교단 전반에 대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불교가 100년 넘게 지내면서 정리하고 가야 하는 부분들이 생겼다. 털고 갈 건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원불교 시대 구분(1회 12년, 3회 1대)를 고려하면 2023년 새로운 4대를 맞이하는 걸 앞두고 있다. 올해, 내년, 내후년 3년간 모든 의견들을 결집해서 혁신하고 갈 부분은 혁신하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혁신은 올해 2월 15일 수위단회 산하 조직으로 출범한 교단혁신특별위원회 중심으로 논의·추진할 예정이다. 원불교전서 외에도 소멸지역 교당 체제 개편 문제, 교무(원불교 종교지도자) 복지 등 논의 과제가 산재해있다.

문제가 됐던 원불교전서 개정에 대해서는 새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나 교정원장은 "일단 지금까지 진행됐던 개정 작업을 유보시킨 상태"라며 "오탈자 수정 정도만 할 것인지, 한문이 낯선 젊은 세대 눈높이에 맞게 윤문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107년을 맞은 원불교는 한창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재작년에는 여성 교무(정녀)에게만 요구했던 비혼 서약을 철폐했고, 지난해에는 남성과 달리 쪽머리와 한복 형태뿐이었던 여성 교무의 복장(정복)을 양장과 병행하도록 했다. 교무 사회 내에서도 세대 간 이견을 보였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결단한 것이다. 원불교 관계자는 "원불교 초창기에는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가 신여성의 상징이었다"며 "시대 변화에 따라 복장 제도도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세계화, 코로나 이후에 대한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원불교 미국총부가 공식 출범했다. 나 교정원장은 "미주 종법사가 있음으로 인해 현지 상황과 문화에 맞게 바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약 3년에 걸친 코로나19로 인해 종교활동에 활력을 잃은 만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4월은 원불교 종단 최대 경절인 대각개교절(4월 28일)이 있는 달이다. 대각개교절은 원불교의 교조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우주 진리의 큰 깨달음으로 종단을 창시한 날이다. 정부 방침과 방역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오는 18일부터는 대면 종교활동을 전면 재개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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