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덕 텔미전자 대표, 60대에 美 특허 취득한 '오뚝이 발명가'

입력 2022-04-10 17:51   수정 2022-04-11 00:16

“컨베이어 벨트에서 30초에 한 대씩 TV를 조립하던 경험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런 축적의 시간이 없었다면 60대에도 발명을 계속하고 미국 특허를 취득하는 게 가능했을까요.”

우직한 힘이 느껴졌다. 대한민국 전자기기 명장 1호 박찬덕 텔미전자 대표(67·사진)가 선택한 것은 끝없는 도전이었다. 지난 8일 경기 군포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최근 적외선 열화상카메라(TOD)를 이용한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 방법을 개발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 특허도 받았다”고 말했다. TOD는 적외선을 이용해 물체의 열을 측정한 뒤 영상 정보로 변환하는 장치다.

박 대표의 삶은 도전이라는 험한 비포장도로만 골라서 걸은 모양새다. 전주공고를 졸업한 뒤 금성사(현 LG전자) 구미공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200여 명의 직원 중 한 명으로 14인치 흑백 TV를 조립했다. 항상 수첩과 펜을 가까이 두면서 불량 제품의 증상과 대처법을 기록했다. 1987년 ‘1호 명장’에 뽑힌 영광은 그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전자기기 명장은 박 대표를 포함해 총 4명에 불과하다.

1990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급속도로 커가던 카메라와 모니터 시장에 주목해 기술 자문 용역회사를 창업했다. 곧이어 제조업으로 발을 넓혔다. 카메라·모니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했다. 미국 1위 유통기업 월마트와 연간 80억원의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결제 대금 20억원의 지급이 지연되면서 회사가 부도났고, 2005년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박 대표는 “쉰 살에 다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평생 갈고닦은 기술이었다. 지인들이 그에게 각종 전자기기 기술 용역을 맡겼다. 2007년엔 텔미전자를 세우며 창업에 재도전했다. 바다 위에서 위도와 경도를 정밀하게 나눠 카메라로 포착한 물체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2012년 이 기술이 적용된 영상감시장치를 제주 해안 경비부대에 납품했다. 2016년엔 TOD 국산화에 성공했다. 1.8㎞의 사거리에서 직경 1m의 탄착군을 형성하는 텔미전자의 TOD는 K6 기관총의 사격통제장치 등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카메라, 센서 등에서 축적한 기술을 조합해 2020년 자율주행차 시장에 도전했다. 전후좌우 총 7개의 카메라와 1개의 TOD를 결합한 자율주행차 운행 방법을 개발했다. 그는 “도로 위 차의 위치를 1㎝ 단위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강조했다. 고가의 라이다(LiDAR·빛을 이용한 거리 측정기) 센서를 대체할 수 있고 비와 눈, 안개 같은 악천후에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올해 텔미전자는 매출 30억원에 영업이익 6억원을 낼 전망이다.

군포=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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