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갔다더니…'8인치 반도체' 하루아침에 몸값 뛴 이유

입력 2022-04-12 21:00   수정 2022-04-12 21:13


고부가 반도체에 쓰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 소재용 원판)가 최근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여전히 수요가 견조하다는 평가다.

12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200㎜ 크기의 웨이퍼를 재료로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의 월 생산량이 오는 2024년 말 690만장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0년 초 대비 21%(약 120만장) 급증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2000년대 초반 세계 반도체 업계 최초로 300㎜(12인치) 웨이퍼 시대를 연 이후, 200㎜ 공정은 곧 사라질 공정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200㎜ 공정은 도리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 공정은 아직까지 첨단 공정 대비 다품종 소량 생산에 더 유리하다.

반도체 업계에서 웨이퍼 크기는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웨이퍼 크기가 클수록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어 12인치에 비해 구형 취급을 받던 8인치는 최근 반도체 공급난으로 몸값이 다시 올랐다.

8인치 웨이퍼가 주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나 차량용 반도체 등 공급난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제조사도 생산 능력을 확대했다. 이에 발맞춰 세계 세계 1·2위 웨이퍼 업체 일본 신에쓰화학과 섬코, 대만 FST도 각각 최대 30%가량 가격을 올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언택트(비대면) 흐름이 대세가 되면서 게이밍족이 늘어난 점도 8인치 웨이퍼 수요를 증가시켰다. DDI와 이미지센서, 파워반도체(PMIC)등 게이밍 노트북·PC에 주로 사용되는 부품은 8인치 웨이퍼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업체 등에서 저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200㎜ 생산량의 50% 이상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차지하고 있다. 이어 아날로그 분야가 19%, 디스크리트 및 전력 반도체가 12% 순이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이 올해 2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 16%, 대만과 유럽·중동지역이 각각 15%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첨단 장비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 반도체 기업들의 8인치 분야 시설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SEMI에 따르면 업체들은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반도체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작년 200㎜ 팹 장비에 대해 53억 달러(한화 약 6조5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반도체 장비를 한두 해 쓰려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퇴 시기는 앞으로 더 늦춰질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도 200㎜ 장비에 49억 달러(약 6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간다. 아짓 마노차 SEMI CEO는 "5G,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아날로그 및 전력 반도체 등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앞으로 5년 동안 약 25개의 새로운 200㎜ 생산 라인이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 반도체 장비에 대한 투자는 2023년에도 30억 달러(약 3조70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분야별로는 파운드리가 전체 투자액의 54%, 디스크리트 및 전력 반도체가 20%, 아날로그 반도체가 19%의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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