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올마이티?[정삼기의 경영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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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4-13 10:12   수정 2022-04-14 09:17

이 기사는 04월 13일 10: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메타버스가 화두입니다. 국내에선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눈에 띈 몇 가지를 들면 이렇습니다.

"900조원 메타버스 시장 놓고 글로벌 기업 대혈투. 메타버스가 도시 공간을 만나면. 또다시 확장하는 디지털 신대륙 메타버스. 메타버스·AI반도체·양자암호로 세계시장 공략(SKT). NFT로 메타버스 세계관 준비하는 디즈니 등. 메타버스 편의점에서도 진짜 물건 살 수 있어요(GS25). 1500개 기업이 AI·메타버스·IoT·핀테크의 미래 청사진 그린다. 6G로 완전 몰입형 메타버스 시대 열린다. 대치동 학원 말고 메타버스로 오게 하라. 화성보다 빠르게 메타버스 기준이 되자(롯데그룹). 현대차그룹 넷마블 메타버스 개발에 투자."

이쯤 되면 '기승전메타버스'인 셈이지요. 늘 차세대 사업을 고민하는 기업으로서는 메타버스에 올라타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만도 합니다. 마치 10년 전 광풍처럼 불었던 인공지능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메타버스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질을 알아야 비즈니스가 보이겠지요.

메타버스가 뜨기 시작한 건 지난해 여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0월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불을 지피며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개념 면에서 전혀 새로운 게 아닙니다.

호주의 인류학자 제네비에브 벨은 메타버스를 '오래된 개념의 새로운 용어'일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세컨드라이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모바일폰, PC, 인터넷, 웹, TV, 라디오, 영화가 생기기 전 이미 존재했다는 겁니다. 1차 산업혁명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대영제국은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에서 인류 상상력의 지평을 보여주었습니다. 1893년 시카고 박람회는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 패권국으로 도약하는 미국의 힘을 드러낸 자리였습니다. 벨은 런던과 시카고 박람회(엑스포)가 증기와 전기라는 동력을 인류의 상상력과 융합시킨 무대였다며, 지금의 메타버스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또다른 무대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영국의 미래학자 버나드 마는 메타버스의 기원을 1838년 찰스 휘트스톤이라는 과학자가 정립한 '양안시'로 봅니다. 휘트스톤은 두 눈을 통해 들어오는 두 개의 이미지가 결합되어 생겨난 3차원 이미지를 착안하여 입체경을 발명합니다. 1935년에는 공상과학 소설 <피그말리온 스펙타클>이 등장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기능을 가진 고글을 쓰고 가상세계를 탐험합니다. 1956년에는 VR과 AR 기기의 원조격인 '센소라마'가 등장합니다.

혹자는 1만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터키 남부의 '괴베클리 테페'에서 그 기원을 찾습니다. 이 유적은 돌기둥 200개 이상이 직경 300m에 걸쳐 스무 겹의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농사가 시작되기 전, 대규모 토목사업에 필요한 체계적인 사회 조직이 형성되기 전인 신석기 수렵채집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모든 것이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다만 인류가 이 곳에서 지구 밖의 또 다른 삶을 꿈꾸었을 것으로 추측될 뿐입니다.

이렇듯 가상세계에 대한 개념은 오래되었습니다. 다만 30년 전 소설 <스노크래시>를 통해 '메타버스'라는 용어로 다시 등장했을 뿐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가상세계에서 활약하는 검객입니다. 그는 메타버스 속의 '스노크래시'라는 신종 마약을 통해 아바타의 현실세계 주인을 파멸시키는 배후를 찾아 나섭니다. 소설을 쓴 닐 스티븐슨이 디지털 혁신가들을 사로잡은 것은 어쩌면 가상과 현실의 인터페이스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인터페이스는 사람들이 영화와 소설, 게임, 노래, 건축물, 신화 같은 창조물에 심취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창조물과 현실을 끊임없이 오가며 위안과 목적의식을 찾습니다.

이런 메타버스 개념을 기업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습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그런 예입니다. 가상세계의 디지털 트윈에서 진행된 시뮬레이션은 즉시 현실세계의 실물에 복제되고, 최적의 조합을 도출하여 디지털 트윈에 피드백됩니다. 이런 개념은 AB인베브의 맥주 발효공정, BMW의 신차 생산라인 관리 등 기업은 물론이고 미군의 군사작전까지 활용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지금 메타가 주도하고 있는 생태계입니다. 메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30억 명)과 인스타그램(20억 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SNS 계정들을 연결시킨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를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20여년 전 모바일폰 초기 모습이 떠오릅니다. 모바일폰은 기능이 투박한 벽돌 모양의 비싼 사치품에서 출발하여 스마트폰으로 진화하여 보편화되었습니다. 지금 빅테크 기업들이 올인하고 있는 VR·AR 기기들도 모바일폰과 유사합니다. 메타가 메타버스에 운명을 거는 것은 그런 기술발전과 티핑포인트 때문입니다.

이렇듯 메타버스 본질은 그대로입니다. 다만 기술발전과 더불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입니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인류가 1990년대 데스크톱 인터넷, 2010년대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현실'이라는 플랫폼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몸을 지닌, 체화된 인터넷'인 메타버스로 진화 중이라는 겁니다. 기업들은 기술계의 개념 정의를 비즈니스로 연계시키는 것이 운명입니다. 데스크톱이 '정보처리'에, 스마트폰이 '커뮤니케이션'에 중심을 두었다면, 메타버스는 '체험'이 중심이 될 것입니다.

'체험'은 세대 간에 차이가 납니다. MZ세대는 디지털 유목민이자 원주민들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재미와 보상도 중시합니다. 베이비부머와 X세대는 태생이 아날로그입니다. 기껏해야 디지털 이주민 정도로 기존 시스템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메타버스 생태계 수준은 과거와 현재의 권력인 베이비부머와 X세대, 미래의 권력이자 시장이 될 MZ세대 간의 조화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영화 '자토이치'에서 맹인 주인공은 탁월한 검술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악당들을 제거합니다. 그는 모든 일이 끝날 무렵 '스스로' 눈을 뜹니다. 그는 맹인으로 사는 동안 빈틈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밤길을 걷다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눈을 떠도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는구만!"


*필자는 삼일회계법인과 KDB산업은행에서 근무했으며 벤처기업 등을 창업·운영하였습니다. 현재는 사모펀드 운용사 서앤컴퍼니의 공동대표로 있습니다. <슈퍼파워 중국개발은행>과 <괜찮은 결혼>을 번역했고 <디지털 국가전략: 4차산업혁명의 길>을 편역했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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