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1000만명이 비대면 진료 받자…"반대" 목소리 사라졌다

입력 2022-04-17 17:31   수정 2022-04-25 15:19



‘원격의료’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금기’와 같았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대형병원의 배만 불리고, 결국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란 이유로 의료계의 반대가 극심했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의료인-의료인’ 원격협진이 처음 허용된 뒤 이를 ‘의료인-환자’로 넓히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국민 5명 중 1명 ‘비대면 진료’
분위기가 달라진 건 코로나19가 터지면서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20년 2월 정부가 의료법으로 금지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게 계기였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한 비대면 진료 건수는 2020년 약 150만 건에서 지난해 219만 건으로 46.3% 증가했다. 의료계에선 올 들어 재택치료가 기본이 되면서 지난 1분기 누적 비대면 진료 건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료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한 전화상담·처방 건수는 지난 2월 기준 누적 382만 건이었다. 직전 발표한 10만 건(2020년 4월 누적 기준) 대비 약 38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참여 의료기관 수는 3072곳에서 1만3849곳으로, 진료금액은 13억원에서 599억원으로 급증했다.

비대면 진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닥터나우, 올라케어, 닥터콜, 굿닥 등 비대면 진료 서비스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네이버, 카카오, KT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원격의료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탈모약, 사후피임약 등 민감한 의약품의 배송 수요가 많다”고 했다.
정치권·의료계도 제도화 움직임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비대면 진료 합법화가 수면에 떠올랐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고혈압, 당뇨, 부정맥 등 만성질환 재진 환자로 대상을 제한하긴 했지만 원격의료에 반대해온 민주당의 기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 정부도 비대면 진료 합법화에 적극적이다. 헬스케어업계 관계자는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만큼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이 중단됐다고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없애면 국민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고 했다.

‘원격의료 결사반대’를 외치던 의료계에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10월 ‘원격의료연구회’를 꾸렸다.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의료계가 제도화 방향을 설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다. 의협도 ‘원격의료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허용 대상, 관련수가 신설 등 정책 대안 마련에 나섰다.
약 배송·초진 환자 허용이 관건
관건은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다. 원격의료 밸류체인(가치사슬)은 ‘전화·화상 등 비대면 진료’ ‘약 배송’ ‘원격 모니터링’ 등으로 나뉜다. 비대면 진료에 대해선 정부와 의료계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지만, 약 배송은 여전히 갈등이 첨예하다. 대한약사회는 불법 약 유통 조장 등을 내세워 비대면 처방과 약 배송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업계에선 약 배송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올라케어를 운영하는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는 “약 배송이 허용되지 않으면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근처 약국에 처방받은 약이 없어 멀리서 약을 받아와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비대면 진료가 제공하는 효용이 뚝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누구에게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의료계에선 재진 환자에게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면으로 초진을 한 뒤 비대면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헬스케어 서비스업계는 초진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 대표는 “원격의료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게 핵심”이라며 “밤 10시에 갑자기 열이 났을 때 원래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아 진료를 받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선아/맹진규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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