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사태, 누구 잘못일까?"…4개월 만에 뒤집힌 여론

입력 2022-04-18 10:02   수정 2022-04-18 10:06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공사비 미지급으로 시공사업단이 지난 15일 전면 공사 중단에 들어간 가운데, 조합측은 이전 조합이 시공단과 맺었던 공사비 증액 계약 관련 조합 임시총회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이 급변하고 있다. 조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시공사업단이 잘못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불과 4개월여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18일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는 '둔촌주공 사태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설문조사가 게시됐다. 오전 9시까지 832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는 '조합원 잘못'이라는 응답이 560표로 전체의 67.3%를 차지했다. 시공사 잘못이라는 응답은 9.1%, 양측 모두 잘못이라는 응답은 23.6%로 기록됐다.

응답자들은 "전 조합장과의 계약을 현 조합장이 인정하지 않아 벌어진 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입장은 이해가지만,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 "끝까지 가면 조합원들은 불어나는 금융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할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루 전 진행된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도 595명이 참여한 가운데 조합원 잘못이라는 응답이 496표(83%)를 차지했다.
둔촌주공 조합에 우호적이던 여론, 4개월 만에 급변
이러한 여론은 약 4개월여 만에 급변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같은 설문조사에서는 시공사업단의 잘못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150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9.7%에 달하는 746명이 시공사업단에게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고 조합원들이 잘못했다는 답은 23.9%에 불과했다.

단기간 내 여론이 뒤집힌 이유로는 문제가 된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한 사정이 보다 상세히 알려진 점과 분쟁이 지속할 경우 조합원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점이 꼽힌다.

당초 1만1106가구 규모로 추진되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2019년 12월 조합 임시총회를 거쳐 가구 수를 1만2032가구로 늘리고, 상가 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공사비도 2020년 6월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5586억원 증액됐다. 변경된 계약에 따라 시공사업단이 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는데, 현재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증액된 액수를 내역별로 살펴보면 증가한 926가구 공사비가 약 1000억원, 상가 공사비가 약 1000억원이고 기존 공사비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것이 약 3500억원이다. 아파트의 3.3㎡당 공사비는 493만5000원이다. 그해 서울 정비구역의 3.3㎡당 평균 공사비 528만7000원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그럼에도 조합은 시공사업단의 잘못을 물어 공사비 증액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열린 총회에서 참석 인원 4822명(서면결의 4575명 포함) 가운데 4558명의 찬성표를 받았다. 찬성률은 94.5%로 2019년 12월 임시총회에서 가결한 ‘공사계약 변경의 건 ‘을 취소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관계자는 "전 집행부가 공사비 증액을 반영한 계약 안건을 임시총회에서 의결했지만,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절차를 위반했다"며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 제11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검증을 완료한 경우 검증보고서를 총회에서 공개해야 하는데 이 절차를 위반했기에 무효"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무효확인 소송도 제기했다.
"결국 조합원 부담…누가 더 손해인가 따져야"
앞서 분쟁 조정에 나섰던 서울시 코디네이터는 "조합이나 시공사가 '공사계약의 변경의 건'에 관해 조합원들을 기망했다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공사 변경 계약이 무효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합의 주장대로 총회 결의에서 공사비 증액 검증 결과가 제공되지 않았지만, 이와 별개로 계약서는 적법하다는 것이다.


조합이 추진하는 시공사 교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시각과 조합원들이 피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남이 절반 이상 시공한 현장이고 유치권이 2조원에 가까운 상황에 다른 건설사가 들어가긴 쉽지 않다"며 "골조공사가 끝나지 않았기에 오랫동안 방치할 수도 없는 현장이다. 시공사 교체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공조공사는 약 70% 진행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철골이 장기간 노출되면 부식이 발생해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분쟁 장기화로 증가하는 금융비용은 결국 각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부분이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분양권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설문조사 응답자도 "이젠 누가 더 손해를 보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조합이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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