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주택건설 외길'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 별세

입력 2022-04-20 13:48   수정 2022-04-20 13:55

경재용 동문건설 회장(사진)이 20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0세.

경 회장은 40여년간 주택건설 외길을 걸어온 건설업계 산증인이자, 숨은 땅의 가치를 찾아내 주택을 건설한 1세대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로 꼽힌다. 2000년 이후 경기 고양시, 파주시 등에서 ‘동문 굿모닝힐’을 선보이며 아파트 브랜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1952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난 그는 홍익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0년 상신전기건설공사를 설립했다. 이듬해 석우주택으로 주택사업에 발을 내디딘 데 이어 1984년 동문건설을 설립했다. '동쪽으로 문을 내야 남향집이 지어진다'는 의미에서 사명을 동문건설로 지었다.

그는 사업 초기 “싸고 튼튼한 집이 선택받는다”는 철학 아래 가격과 품질 향상에 힘썼다. 원가를 절약해 동일 지역에서 항상 시세보다 10%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게 마케팅 포인트였다. 당시 현장을 수시로 찾아 직원들과 소주에 삼겹살을 나눌 정도로 소탈한 성품으로 유명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대출과 연대보증을 선 시행사의 도산으로 위기를 맞았다. 원가 절감 방안을 찾다가 업계 처음으로 '마이너스 옵션제'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옵션으로 추가하고 층·향별 가격 차별화를 도입해 분양가 거품을 뺀 게 완판(완전판매)으로 이어졌다. 2003년 파주 교하에서 중견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3000가구가 넘는 '파주 교하 동문굿모닝힐'(3003가구)을 공급했다. 2005년 매출이 6000억원을 웃돌며 중견 건설사 중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계열 시행사의 부실로 재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수도권에 확보한 대규모 택지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택지 매각과 함께 1000억원에 가까운 사재를 출연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부산 등 지방에서 재건축 정비사업을 공략한 게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됐다. 2015년 이후 부산 만덕동 '백양산 동문굿모닝힐'(3160가구),충남 천안시 신부동 '신부 도솔 노블시티 동문굿모닝힐'(2144가구),평택 칠원동 '평택 지제역 동문굿모닝힐 맘시티'(4678가구)가 줄줄이 입주했다. 2019년 자력으로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해 업계에 화제가 됐다.

지난 해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를 반영해 브랜드 ‘동문 디 이스트’를 새롭게 선보였다. 장녀인 경주선 부회장(대표)이 2010년대부터 주택사업을 이끌어와 경영 공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2005년 한국주택협회 이사를 맡은 뒤 협회 회원 부회장과 회장 직무대행도 맡는 등 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주택 건설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주택건설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데 이어 2008년 납세자의 날 유공자 포상에서 ‘은탑산업훈장’도 수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인은 늘 소비자를 생각하고 품질 향상에 앞장서 월드건설 등과 ‘중견 건설사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주역”이라고 회고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옥분 씨와 장남 우선(맥킨지앤컴퍼니 파트너), 장녀 주선(동문건설 부회장), 며느리 김소연(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장지는 경기 양평군 갈월사 자연장지이고, 발인 오는 22일이다.

김진수/심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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