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자동차 부품사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한 이유[권영대의 모빌리티 히치하이킹]

입력 2022-04-22 15:30  

이 기사는 04월 22일 15: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모빌리티 산업으로 재편되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 공유 모빌리티, 에어 모빌리티 등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리딩 완성차(OEM) 업체들과 초대형 부품사 등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소비자들보다 미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로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나라보다 급격한 변화를 먼저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에도 자동차 산업의 풀뿌리 경쟁력의 원천인 중견·중소 자동차 부품사들은 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Y는 최근 유럽·일본·미국·중국을 포함한 주요 44개국의 자동차 완성체 업체 및 부품사 약 2300개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정량 조사를 진행해 기업별 리스크 수준을 측정했다. 세부 조사 내용은 282개의 세부 부품 카테고리별 포트폴리오와 품목별 기대매출, 재무적 건전성, 주요 공급망 등을 포함한다.



조사 결과,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그룹 산하의 약 318개 부품사 중 61개의 부품사가 2030년 기준 사업가치가 2019과 비교했을 때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즉 평균적으로 20% 수준의 부품사가 역성장으로 인해 위험에 빠질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물론 국내 중견 부품사들의 임직원들도 이러한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EY한영이 300여개의 국내 중견·중소형 부품사 임직원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사의 트렌드 대응 수준이 불충분하거나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74%에 달했다. 더불어 현재 자사의 사업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명확한 사업 방향성이 없다는 답변 또는 기존 사업 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 등 기존 사업 영역과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답변이 총 50% 수준에 이르렀다.



중견 부품사들이 이렇게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1) 시장 및 트렌드에 대한 정보 부족, 2) 사업 계획의 부족, 3) 소요 자금의 부족, 4) 일하던 관행과의 충돌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원인은 중견자동차 부품사의 부족한 체력(자금, 인력, 정보 부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다.



대형 부품사들이 적극적 M&A와 모험적인 기술투자 등을 통해 모빌리티 부품, 배터리 등 적극적인 차세대 및 고성장 부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동시키고 있는 데 반해, 중견 부품사들은 대형 부품사들의 전략과 사업 전환을 모방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하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 사업만 보더라도 삼성, SK, LG 등 국내 최고 그룹사의 계열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며, 자율주행 기술이나 부품 등은 모비스, 만도 등 대형 부품사 또는 카카오 등 대형 디지털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사업 및 경쟁환경의 극적인 변화에서 중견 자동차 부품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쉬운 길, 즉 대형 부품사가 해왔던 방식의 답습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중견 규모 사업형 맞춤형 전략과 이의 실행을 통해 강소 회사로의 변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소스 부족으로 대형 부품사들과 같은 M&A(인수합병) 또는 선제적 기술 투자가 불가능하다면, 상대적으로 자금이 덜 소요되는 합작법인(J/V)이나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고정밀 가공 및 조립 부품 회사인 리나마르(Linamar)의 경우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기술협력 및 유럽의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서 GF오토모티브(GF Automotive)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전략을 채택한 경우도 있고, 최근엔 EV분야에 있어서 경량화를 위해 연료 전지 전문 회사인 발라드(Ballard Power Systems)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해당 파트너십은 발라드가 연료 전지 하위 시스템을 제공하고, 리나마르가 최종 조립을 제공하는 형태로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사업군 개편 측면에서도 성장이 예상되는 새로운 부품군으로의 전환 또는 확장이 불가능하다면, 현재 있는 제품의 고도화·전문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진화를 추진해야 한다. 전력 변환설비, 동력 계측 설비 사업을 하고 있는 일본 메이덴샤(Meidensha)의 경우, 훗카이도 대학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전기차용 모터와 인버터 부품의 차세대 제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 개발의 결과로 별개로 존재하던 전기차용 모터와 인버터 부품이 일체형으로 재조합되었으며, 이를 통해 부피와 무게가 각각 30%, 15% 감소하는 등 경량화에 성공했다. 이러한 제품 전문성 강화를 통해 2030년 관련 사업의 가치가 8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풀뿌리 경쟁력인 중견 자동차 부품사도 맞춤형 전략과 실행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중견 자동차 부품사의 경쟁력 강화가 전제되어야 모빌리티 시대에도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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