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갈등의 통합…'치유자 대통령'이 필요하다

입력 2022-04-22 17:28   수정 2022-04-23 00:11

독일의 드레스덴이라는 지역에 엘베 계곡(Elbe Valley)이 있다. 대부분 사람은 이곳을 교량 건설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된 불명예스러운 장소로만 알고 있다. 환경보존의 당위성을 주장할 때 이 계곡 사례가 종종 인용된다. 하지만 엘베 계곡은 오히려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과 지역 발전을 위한 개발이라는 극심한 갈등이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갈등 해결의 좋은 사례다. 법질서 존중, 편견 없는 검토, 합리적 해결책 모색, 종교단체와 지역사회의 통합 노력 등이 갈등 해결의 자양분이 됐다. 이를 기초로 드레스덴 지역 주민은 놀랍게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포기하고 교량 건설을 선택했다.

미국 대선 기간에 CNN을 비롯한 언론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Healer-in-Chief’라고 불렀다. 우리말로는 ‘최고 치유자’로 번역된다. 미국 대통령을 지칭하는 ‘최고 군 통수권자(Commander-in-Chief)’라는 단어 대신 ‘Healer’를 넣어서 만든 용어다. CNN은 바이든이 플로이드의 유가족을 찾아가 위로한 것을 보고 그가 ‘Healer-in-Chief’를 지향한다고 평가했다. 그래서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제는 치유할 시간(time to heal)”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의 사정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에 따르면 국민 88.7%는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념 갈등(83.2%), 계층 갈등(78.5%), 노사 갈등(77.1%), 세대 갈등(64.0%), 젠더 갈등(51.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누적돼 왔으며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고 치유자 대통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하지만 진정한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통합과 치유를 위한 대통령의 의지와 역량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통합과 치유에 대한 국민의 호응과 적극적인 치유 과정의 동참이다. 통합과 치유는 어느 일방 당사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가 아무리 의술이 뛰어나도 환자가 치료에 소극적이면 병이 나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러니 대통령에게만 모든 치유의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제대로 된 국민 통합으로 이어질 수 없다.

진정한 의미의 국민 통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부모는 가정의 치유자가 돼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사회의 치유자가 돼야 한다. 종교지도자들은 종교공동체의 치유자가 돼야 하고 사장은 회사의 치유자가 돼야 한다. 내 주변의 작은 갈등 치유가 사회적 갈등, 국가적 갈등 치유의 시작이며 국민 통합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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