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이던 아파트가 2년 전 가격으로 돌아갔어요" 발동동

입력 2022-04-26 07:16   수정 2022-04-26 10:31


"지난해 11억원에 육박했던 아파트가 지금은 8억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이 정도면 지난해가 아니라 2020년 가격에 사는 셈입니다"(서울 성북구 길음동 A 공인중개사)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일대에서 최근 기존 고가 대비 가격을 크게 낮춘 하락거래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면서 2020년 수준의 가격에 체결된 실거래가 늘고 있다. 일대 중개업소는 대단지 두 곳에서 매물이 꾸준히 나오면서 인근 시세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급이 늘면서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B는 지난달 10억6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 12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1억9000만원 낮은 가격인데, 해당 평형이 11억원 아래에 거래된 것은 2020년 7월(10억5000만원)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이 아파트 전용 59㎡A는 11억원, 전용 59㎡C는 10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두 건 모두 직전 최고가 대비 1억원 이상 하락했는데, 각각 2020년 6~7월 실거래가(10억9800만원, 10억9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늘어난 매물에 집값 1억~2억원씩 '뚝'
2300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2019년 11월 입주해 가구 대부분이 실거주 2년을 채운 상태다. 길음동 A 공인중개사는 "양도소득세 비과세가 가능해진 지난해 말부터 매물이 크게 늘었지만, 거래로 이어지진 않던 상황"이라며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실거래도 일부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래미안길음센터피스 길 건너편에는 2000가구 규모의 '롯데캐슬 클라시아'가 입주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이 아파트에서 전·월세로 나온 매물만 800가구에 달했고, 현재도 약 200가구가 시장에 남아있다.

총 5300가구에 달하는 두 단지에서 입주장 전·월세 물건과 실거주 2년을 채운 매물이 나오면서 일대 집값은 올해 들어 연일 하락하고 있다. 길음동 '길음뉴타운 동부센트레빌' 전용 84㎡는 올해 들어 2건의 거래가 체결됐다. 매매가는 각각 9억원과 8억9000만원이었다. 지난해 10억9000만원까지 올랐던 가격이 2억원 내외로 하락한 것인데, 이는 8억9900만원에 거래됐던 2020년 7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길음뉴타운4단지e편한세상' 전용 59㎡도 이달 7억9000만원 팔렸다. 지난해 최고가와 비교하면 1억원 넘게 하락했는데, 2020년 7월 거래가인 7억8000만원과 1000만원 차이에 그친다. '길음래미안1차' 전용 59㎡ 역시 이달 8억5500만원에 매매되면서 2020년 가격으로 회귀했다.

"양도세·보유세 아끼면 집값 깎아도 이득"
길음뉴타운이 위치한 성북구 집값도 올해 들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북구 집값은 1월 둘째 주부터 15주 연속 하락하면서 올해 누적으로 0.57% 급락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매물이 적체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25일 성북구 길음동에 나온 매물은 516건으로 집계됐는데 한 달 전에 비하면 14%, 두 달 전 대비로는 18% 늘었다.

매물이 쌓이는 데다 보유세도 오르니 당분간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길음동 B 공인중개사는 "최근 늘어난 매물은 대부분 5월 내에 잔금을 처리해달라는 매물"이라며 "아파트 가격을 다소 낮춰 팔더라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종합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 편이 낫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5월까진 지금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년 대비 14.2% 인상했다. 다주택자는 인상된 올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내야 하기에 보유세 부담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달 10일 취임과 동시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가 윤 당선인의 취임부터 보유세 산정일인 5월 말일 사이에 급매로 다주택을 해소하면 양도세와 보유세를 모두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촉박한 기간 내에 다주택을 해소하려면 매도인이 매수자의 종부세 부담까지 감안해 싸게 팔아야 한다"며 "시장의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도 일시적인 가격 하락 요인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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