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남용 경계해야

입력 2022-04-26 17:35   수정 2022-04-27 17:50



최근 공정이 시대정신으로 대두됨에 따라 공정의 다른 이름인 차별금지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법 영역에도 마찬가지여서, 기존에는 문제되지 않던 영역들과 주체들에 대한 차별이 문제로 제기되기도 한다.

현행 노동법령상 기간제 근로자(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별(남녀고용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국적·신앙·사회적 신분(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법률에서 명시한 사유에 따른 차별이 금지될 뿐, 일반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규직 간의 차별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차별을 인정받기 위한 도구로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 위반 여부와 함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위반 여부가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러한 논쟁은 임금 영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동일가치의 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남녀 간의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가치의 노동인지 여부는 남녀고용평등법 제2항 소정의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도3883 판결).

이와 관련 대법원은 국립대학교 전업(專業) 시간강사와 비전업(非專業) 시간강사 간 강사료 차등지급이 부당한 차별인지 문제된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등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해서는 안되며, 그밖에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후, 전업 여부에 따른 강사료 차등 지급은 근로 내용과 무관한 사정에 따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균등대우원칙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에 위배되므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위 판결은 남녀간 임금차별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를 차별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면서도,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가 성별을 넘어서 유추 내지 확대적용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만약 위 판결이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확대 적용을 의도한 것이라면,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위반 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리가 제시되어야 했을 것이나, 위 판결은 결론만을 이야기할 뿐 구체적인 법리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또한 위 판결은 '근로계약상 근로 내용과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라는 일반적 차별금지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그 취지에 의한다면 정규직 근로자 간, 기간제 근로자 간, 정규직 근로자와 무기계약직 근로자 간에 근로 내용과 무관한 임금 기타 근로조건에 있어서 차별이 있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6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 의해 무효가 될 가능성까지 있어 보인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ⅰ) 서울시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호봉제 교육공무직원과 일반직 공무원 간의 임금 차이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또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한 단체협약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62193 판결), (ⅱ) 위 호봉제 교육공무직원과 월급제 교육공무직원 간의 임금 차이에 대하여도, 교육부 기준과 서울시 지침에 따라 2007년부터 새로 채용하는 교육공무직원(월급제)과는 연봉제 계약을 체결하기로 변경되었는데, 이와 같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과정에서 기존 호봉제 교육공무직원에게 종전과 같이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을 준용하도록 한 것은 기존 호봉제 교육공무직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관한 단체협약 규정 위반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9다230134 판결).

이처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차별금지 원칙의 적용 여부에 대해 일관된 법원의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 적용요건 등에 대한 정치한 법리적 논증 없이 동 원칙들을 무분별하게 확대적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향후 정규직 간의 차별, 임금 기타 근로조건의 차별이 문제된 사안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법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대법원 판례의 경향을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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