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외화 빚이 1430억달러(약 177조33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증가폭도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하며 원·달러 환율이 뜀박질하자 외화부채 상환 압박도 불어날 전망이다. 항공기 리스료·유류비를 달러로 지급하는 대한항공(9조4497억원), 아시아나항공(4조4467억원) 등을 비롯해 포스코그룹(11조5122억원) SK이노베이션(8조3047억원) LG에너지솔루션(8조2821억원) 삼성물산(2조1178억원) 등이 컸다.
이들 업체의 외화부채는 올해도 큰 폭 불어날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진 결과다.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폭은 91억5700만달러로 작년 동기(77억6900만달러 흑자)와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기업은 원자재 수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비롯한 외화를 사들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르고, 원화가치는 더 떨어진다. 여기에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추진할 경우 환율 오름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처럼 환율이 뜀박질하면(원화 가치는 하락) 원화로 환산한 외화차입금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적잖은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등은 환율이 10%가량 뜀박질할 경우 900억~2700억원가량의 환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외화부채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화부채(단기 외화채무)는 작년 말 195억9390만달러(약 24조2960억원)에 달했다. 2020년 말과 비교해 80억4260만달러 늘었다. 연간 증가폭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4년 이후 가장 컸다. 기업의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 인 단기외채 비중(대외채무에서 단기 대외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13.7%로 2014년 말(13.9%) 후 가장 높았다.
Fed의 빅스텝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신용경색이 불거질 경우 기업이 단기 외화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나온다. 최근 달러조달 여건이 팍팍해지는 것도 이 같은 시나리오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20일 원·달러 스와프레이트(원화 조달금리)는 1일물부터 1년물부터 모든 만기에 걸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원·달러 스와프레이트는 외국인이 달러화 자금을 원화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스와프레이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시장에서 달러가 귀해 내국인이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구하려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외화조달비용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의미다. 유동성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중견·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용리스크가 불거질 우려도 높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








